[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지휘자로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건 언제나 설레는 일입니다. 때문에 저는 가급적 다양한 나라를 다니며 최정상급 오케스트라와 연주를 하려 해요."
지난해 9월부터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 공식 임기를 시작한 얍 판 츠베덴이 내한한다. 지난해 3월 경기필하모닉의 초청으로 내한한 지 약 1년여만이다. 이번에는 KBS교향악단의 '739회 정기연주회' 일환으로 방문, 오케스트라를 직접 지휘한다.
연주회를 앞두고 15일 서면으로 만난 츠베덴은 KBS교향악단 지휘를 받아들인 이유에 대해 "KBS 교향악단이 한국에서 손꼽히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며 "함께 연주하고 싶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얍 판 츠베덴. 사진/KBS교향악단
츠베덴은 현재 전 세계 최정상급의 음악감독 겸 지휘자로 통한다. 1960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출생으로 7살부터 바이올린을 연주했고 16살 때부터 뉴욕 줄리아드 음악원을 다녔다.
18세에는 네덜란드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의 오케스트라 악장(콘서트마스터)이 됐는데, 이는 아직까지 이 오케스트라의 최연소 나이로 기록되고 있다.
그에게 지휘자의 길을 열어준 이는 세계적인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다. 번스타인의 권유로 36살 네덜란드 소규모 교향악단의 지휘봉을 잡았고, 지휘자 쪽으로 커리어를 쌓았다.
2008년부터 미국 댈러스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2012년부터 홍콩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어왔고, 2017년부터는 앨런 길버트의 뒤를 이어 내정자 자격으로 뉴욕필을 지휘해 왔다. 지난해 9월부터는 뉴욕필 음악감독 및 지휘자의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얍 판 츠베덴. 사진/뉴시스
전임자 길버트에 비해 그는 고전적인 레퍼토리에 강점을 보인다는 평가를 듣는다. 또 엄청난 연습량을 강조하며 단기간 내 악단의 소리를 끌어 올리기로도 유명하다.
"제가 어느 정도로 빨리, 어떤 특별한 비결을 써서 연주의 질을 끌어 올린다고 말씀드리기는 힘듭니다. 모두의 노력과 헌신이 필요하죠. 아주 집중적인 노력이요. 모두가 한 마음으로 그 여정에 기꺼이 참여해 잘 견뎌내면 쓴 노력 후의 달콤한 결과를 맛보게 되는 거죠. 결과물을 좇아 노력하는 게 아니에요. 최고의 음악을 선사해드리고자 하는 노력이 멋진 결과물로 나타나는 것이죠."
세계적 오케스트라 지휘에 도전하다보면 각 악단의 색깔 차이를 느낄 때도 적지 않다. 그는 뉴욕필을 '전통적인 강자'로 홍콩필을 '새로 뜨는 별'로 비교하며 예를 든다.
"홍콩필은 무서운 속도로 정상을 향해 성장하고 있습니다. 뉴욕필이 아주 오래된 근사한 와인이라면 홍콩필은 갓 양조돼 신선한, 그래서 자기 색을 찾아가고 있는 와인에 비교할 수 있죠. 두 오케스트라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음악에 대한 접근법도 아주 다릅니다."
오케스트라 선택시 그의 판단 기준은 '연주'다. 그는 명성이나 잠재력, 평판 등을 고려하냐는 질문에 "평판이 좋으면 곧 명성이 따라온다"며 "두 가지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오케스트라 연주의 질"이라고 설명했다.
KBS '739회 정기 연주회' 포스터. 사진/KBS교향악단
고전적인 레퍼토리를 중요시하는 그는 KBS교향악단과 바그너의 뉘른베르크 명가수-전주곡, 브루크너의 교향곡 8번을 연주한다. 특히 브루크너는 작품에 대한 비판을 받을 때마다 수많은 개정을 되풀이했던 작곡가로, 츠베덴의 성향과도 잘 어울리는 작곡가다.
"한국 오케스트라와의 연주는 제게 아직 생소합니다. 자세한 역사에 대해서도 모르고요. 하지만 이번 연주회에서 KBS교향악단만의 소울, DNA가 정말 기대됩니다. 함께 연주할 브루크너는 오케스트라에 대해 깊게 알기 좋은 곡이에요. 오케스트라가 어떤 수준의 연주를 들려주는지 여실히 드러나죠."
오케스트라의 디테일을 굉장히 중시하지만 청자들에게까지 그것을 요구하는 건 아니다. 오는 2월22일 연주회 때 준비 없이 오라는 그에게 자신감이 비쳤다.
"단지 오셔서 들어보시면 됩니다. 수많은 디테일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시게 될 겁니다. 분명한 차이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아무 준비 없이 오셔도 즐기실 수 있는 수준의 연주를 들려드려야죠."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