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노사 간 대립이 지속되면서 부품 협력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르노삼성이 올해 신규물량을 배정받지 못한다면 연쇄 도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협력업체 모임인 르노삼성수탁기업협의회는 오는 27일 긴급 대책회의를 개최한다. 르노삼성 1차 협력업체는 260곳, 인원은 5만여명에 달한다. 2·3차 업체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욱 늘어난다.
르노삼성 노조가 지난해 10월부터 34차례 128시간의 부분파업을 단행하면서 부산공장 공장가동률은 현재 70%대, 협력사들은 60%대로 하락했다. 만약 올해 9월 완료되는 닛산 '로그'의 후속 물량을 받지 못한다면 가동률은 30%대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사는 지난 12일 14차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 이후 차기 교섭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달 초 로스 모저스 르노그룹 제조총괄부회장이 "노조 파업으로 공장 가동 시간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로그 후속 차량에 대한 논의를 하기 어렵다"고 경고하자 노조는 13일과 15일 부분파업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문제해결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사가 지금 임단협에 합의해도 신규 물량 확보가 쉽지 않다"면서 "현 추세라면 르노삼성과 거래비중이 높은 협력업체부터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의 혼란이 가중되면서 협력업체의 어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사진/르노삼성
업계는 현재 르노삼성 상황이 지난해 한국지엠 사태와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지엠이 지난해 2월 군산공장 폐쇄 방안을 발표하자 1차 협력사들의 공장 가동률은 평소의 50~70% 수준으로 하락했고 매출액도 20% 이상 감소했다.
당시 한국지엠 협력사 대표들은 "금융권이 자동차 부품업체에 대한 대출한도 관리, 여신 축소, 신규 대출 억제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유동성 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호소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 12월 '자동차 부품산업 활력제고 방안'을 발표했지만 신규 대출 등 자금 마련이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많다"면서 "르노삼성 상황이 악화된다면 협력업체들의 유동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심재운 부산상공회의소 조사연구본부장은 "부산 지역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르노삼성이 어려워지면서 협력사들은 그 이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며, "지역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향후 지역 부품업계의 실태 조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르노삼성은 18일 '2019년형 SM3 Z.E.'와 르노 '트위지'의 가격을 각각 250만원, 70만원 인하하면서 전기차 판매 확대에 나섰다. 이에 따라 2019년형 SM3 Z.E.의 판매가격은 SE 트림 3700만원, RE 트림 3900만원, 트위지는 인텐스 트림 1430만원, 카코 트림 1480만원이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