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카드수수료 개편이 시행되면서 업계의 표정이 상반된다. 수수료가 인하 혜택을 받는 편의점은 긍정적인 반면, 연매출 500억원이 넘는 대형 가맹점인 마트와 백화점 등은 수수료 인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 경감 방안으로 제시됐지만, 결국 어느 한쪽에 부담을 지우면서 카드사는 고통분담이 없는 임시변통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상품을 구매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20일 업계에 따르면 카드수수료 개편이 유통업계에 작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중소형 가맹점과 달리 대형 가맹점은 기존보다 수수료가 인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중소형 점포 위주의 편의점 업계는 인하되는 카드수수료 개편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다. 특히 연매출 30억원 미만의 우대가맹점인 중소형 가맹점은 과거 2% 내외에서 1.4%~1.6%로 수수료가 낮아져 부담이 줄 것으로 관측된다. 우대가맹점에 속하는 편의점 점포는 전체의 89%에 달한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쪽은 인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직영점과 가맹점 모두 수수료 인하 혜택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반면 카드사가 연매출 500억원 이상의 대형 가맹점으로부터는 수수료를 높이겠다는 입장이어서 마트, 백화점 등 업체들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현재 대형 가맹점의 카드수수료는 1.8%~2% 수준이지만 0.3%포인트 인상될 경우 수수료가 2.1%~2.3%까지 인상될 수 있다. 이 같은 인상안을 두고 업계에선 카드사의 손실 부담을 가맹점에게 떠넘긴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카드수수료 인상이 가지는 충격이 적지 않다"라며 "인상 관련 공문에선 평균 0.14% 올린다고 하는데 업계 사안들을 감안할 때 합리적이지 않은 인상안을 받아들이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카드사에서 적격비용 재산정이란 근거로 최대 0.3%의 수수료를 더 달라고 하고 있지만, 가맹점에 대해서는 적격비용에 대한 원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대형 가맹점 업체들 사이에선 카드 수수료 인상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증가와 겹치면서 인력 감축으로까지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마트와 백화점 같은 경우 온라인과 다르게 대규모 인력을 직접 고용해 오프라인 업계를 운영하고 있다"라며 "강제 휴무와 최저임금 상승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내달까지 카드 수수료 개편을 둘러싸고 카드사와 유통업체 간의 치열한 갈등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에서는 대형 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부당하게 낮은 카드 수수료를 요구할 경우 처벌까지 검토하겠다고 한 만큼 수수료 산정을 둘러싼 협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수료에 대한 결정이 어떻게 되든 부담을 떠안는 쪽에선 부가서비스와 할인 혜택 등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돼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