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만나볼 차량은 SUV 전문 브랜드 지프의 라인업 가운데서도 정통 오프로더로서 캐릭터를 확실히 구축하고 있는 랭글러의 사하랍니다. 사하라는 지난해 여름 무려 11년만의 풀체인지로 다양한 시도를 접목한 신형 랭글러 라인업 중 상대적으로 도심형 주행에 초점을 맞춘 모델로 주목을 받았었죠.
지프 랭글러하면 거친 외관에서 풍기는 분위기부터 중점 성능까지 온로드보다는 오프로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모델로 유명한데요. 이런 랭글러가 도심형 주행에 초점을 맞췄다니 쉽사리 상상이 가지 않으실 겁니다.
랭글러라고 하면 일단 외관부터 고집스러울 정도로 일관된 디자인과 시초격인 모델이 2차 대전에 활용된 스토리가 더해져 다소 남성적이고 와일드한 이미지가 강했었는데요. 물론 성능자체도 산악 지형을 비롯한 오프로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구요. 하지만 이번 사하라를 통해서는 기존 정통성을 유지하면서도 도심에서 데일리카로도 활용 가능한 입지를 노리고 나섰습니다.
그럼 새롭게 돌아온 랭글러 사하라가 야심차게 적용한 변화들이 그동안 굳어있던 랭글러에 대한 이미지를 얼마나 깰 수 있을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외관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랭글러의 모습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유지된 투박함이 이제는 희소성으로 자리잡으면서 오히려 매력으로 자리잡았는데요. 이 고유의 투박하면서 각진 외형에 원형 헤드라이트와 세로형 세븐슬롯 라디에이터 그릴, 사각형 테일램프, 돌출된 범퍼 등 고집스러운 랭글러만의 디자인 철학이 두드러지는데요. 다만 앞 유리차 시야를 기존 모델 대비 넓혔다든가, LED 헤드램프 등은 시간에 흐름에 발맞춰 보다 진보된 모습을 보이려는 노력도 엿보입니다.
측면에 위치한 트레일레이티드 뱃지는 이 차의 태생이 전통 오프로더임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는데요. 트레일레이티드 뱃지는 미국 군용차를 평가하는 네바다 오토모티브 테스트센터 주관으로 캘리포니아 루비콘 트레일을 비롯한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오프로드 코스에서 이뤄지는 테스트에서 성능이 검증을 마친 차량에게만 부여되는 마큽니다. 지프는 사하라 뿐만 아니라 신형 랭글러 모든 모델에 해당 자격을 부여하며 오프로더 대명사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강조했습니다. 험로를 주행하기 위해 필요한 지상고 역시 기존 모델보다 39㎜나 높아진 것도 특징입니다.
외부 디자인에 비해 내부는 제법 변화폭이 큰 모습입니다. 전반적으로 기존 모델 대비 커진 전면 창문 크기와 넓어진 차폭 덕에 넉넉해진 실내 공간 속 8.4인치 터치스크린 방식의 모니터가 눈에 띄는데요. 지난 CES 2018에서 공개된 4세대 유커넥트 시스템이 채택돼 연결성과 편의성을 더했습니다. 기존 모델 대비 개선된 스크린의 터치감은 플러스 요소로 작용 중입니다.
다만 내부의 전반적인 고급감은 차량 가격대를 생각하면 아쉬운 수준입니다. 무게중심을 오프로드에 뒀다는 점을 감안해도 비슷한 가격대 차량들과 비교에서 확실히 밀리는 모습인데요. 전반적인 시스템 변화를 통해 실속을 챙겼다는 평가를 내릴 순 있겠지만, 내부만 놓고 봤을 때 온오프로드를 모두 아우르는 데일리카를 표방한 경쟁력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네요.
사하라의 엔진은 기존 3.6리터 가솔린에서 4기통 2.0 가솔린 터보로 다운사이징 됐습니다. 때문에 도심 주행의 효율성을 잡겠다고 오프로더 특유의 파워 부분에서 너무 타협한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힘을 발휘하는 등 오히려 힘은 더 좋아졌습니다. 다운사이징된 엔진이 8단자동변속기와 맞물리며 연비적인 측면도 좋아졌는데요. 리터당 도심 8.3, 고속 10, 복합 9km/리터의 제원상 연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새 단장을 마치고 돌아온 지프 랭글러 사하라에 대해 함께 살펴봤습니다. 다양한 변화 시도는 있었지만 아무래도 태생이 오프로더인 만큼 최근 도심형 SUV로 사랑받고 있는 모델들과의 구성과 가격 측면 등에선 비교에선 우위를 점하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특정 타깃층이 아닌 보다 다양한 운전자들을 겨냥한 랭글러의 타협이 눈에 띄였습니다.
랭글러하면 좀 매니아들을 위한 차량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랭글러 사하라는 기존 거리감을 느끼던 소비자들에게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랭글러가 분명 대중성이 높다고 할 수 있는 모델은 아니지만 보이지 않는 사하라를 통해 시도된 변화들은 랭글러라는 차량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는 모델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이런 지프의 시도가 얼마나 주효할지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로 작용할 것 같네요. 다음주에는 또 다른 자동차 소식과 함께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