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소통강화, 엘리엇 공세에 '맞불'

국내 및 미국·유럽서 연이어 IR 개최…오는 22일 주총서 표대결 전망

입력 : 2019-03-05 오후 8:00:00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고배당 요구에 맞서 국내외 투자자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소통을 확대하는 등 맞불을 놨다. 현대차와 엘리엇은 오는 22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치열한 표 대결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오는 7~8일 국내에서 IR을 개최한다. 또한 4일부터 8일까지 미국과 유럽에서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해외지역 방문 IR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는 이원희 현대차 사장이 직접 미래 투자 계확과 수익성 목표 등을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은 IR 목적으로 지난해 연간 경영실적 및 주요 관심사항 설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엘리엇이 압박의 수위를 높이자 주주, 투자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설득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도 지난해 5월 말 지배구조 개편안이 무산된 직후 "주주 분들과 투자자 및 시장에서 제기한 다양한 견해와 고언을 겸허한 마음으로 검토해 충분히 반영하겠다"면서 "주주 분들과 시장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폭넓게 소통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앞서 엘리엇은 현대차에 보통주 1주당 2만1967원의 배당을 요구했고 현대차는 1주당 4000원을 제안해 주총에 두 안건이 상정됐다. 엘리엇의 방안대로라면 현대차는 보통주 기준 4조5000억원, 우선주까지 계산하면 5조8000억원을 배당해야 한다. 
 
엘리엇은 4일 현대차 주주들에게 보내는 프레젠테이션을 공개하면서 주총에서 엘리엇이 제출한 의안에 찬성표를 행사할 것을 호소했다. '현대자동차의 개편을 위한 제안'에서 엘리엇은 "현대차는 지난해 기준 14조3000억원의 순 현금을 보유하는 등 과도한 초과자본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경쟁사와 비교해 8조~10조원 정도 많은 금액"이라면서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은 해당 자산을 논란의 대상이 되는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등 부적절하게 관리해 주주 및 시장의 불안과 불만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엘리엇은 특히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사안을 예로 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엘리엇은 "최근 개발허가 발표로 현대차그룹이 강남 신사옥을 개발하는 데 4조~5조원가량의 자금을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는 4년전 현대차그룹이 GBC 관련 부지를 매입하기 위해 10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주주가치를 훼손했던 것의 연장선상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엘리엇이 주총을 앞두고 압박의 수위를 높인 가운데 현대차가 소통 강화에 나서면서 맞불을 놨다. 사진/뉴시스
 
반면, 현대차는 엘리엇의 제안에 대해 회사의 투자 확대 필요성을 감안하지 않은 안건이며, 대규모 현금유출이 발생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현대차는 IR 발표 자료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14조~15조원 수준의 유동성이 필수적"이라며 "글로벌 경쟁사들의 평균 유동성은 24조~25조원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신차 라인업 확대, 미래기술 투자, 자동차 산업 특성상 대규모 일회성 비용, 주주환원 재원 확보를 위해 지나치게 많은 금액을 배당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R&D)과 경상 투자에 30조6000억원, 모빌리티, 자율주행 등 미래기술에 14조7000억원 등 향후 5년간 총 45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 방안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엘리엇의 배당 요구가 현대차의 현재 경영 상태를 감안했을 때 과도하다는 분위기다. 다만 표 대결에 돌입한다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주주 입장에서는 엘리엇의 제안이 매력적일 것"이라면서 "이런 점을 감안하면 주총에서 결과를 쉽게 점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현대차그룹이 주주들에게 장기 발전 계획에 대한 신뢰를 줄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의 주장대로라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쳐 약 8조원 규모의 배당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이 받아들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지배구조 개편 과정이 무산됐기 때문에 이번 주총에서 총력전을 기울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엘리엇의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약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 당시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면서 반대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이 2015년에는 합병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결국 가까스로 합병이 이뤄졌다"면서 "지난해부터 엘리엇이 투기자본의 면모를 드러내면서 당시와 비교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다소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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