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재판거래 등 사법농단을 총괄한 혐의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공판준비기일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한상호 변호사의 증인소환이 주목된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앤장은 한 변호사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에 이어 더 큰 타격을 막기 위해 향후 양 전 원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해 김앤장을 압수수색해 양 전 원장이 한 변호사를 2015~2016년 3차례 이상 독대해 강제징용 소송을 논의한 결과를 정리한 김앤장 내부문건을 확보했다.
로펌업계 사정을 잘 아는 한 중견 법조인은 “한 변호사는 김앤장 송무팀을 이끌고 있어 사실상 김앤장 내 2인자이다. 이번 사법농단 사태로 회복하기 힘들 정도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김앤장에서는 한 변호사가 이미 압수수색 등으로 구설수에 오른만큼 더 이상의 언론 노출을 피하기 위해 양 전 원장의 재판에 증인 소환되는 것만은 막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한 변호사는 송무쪽 최고 경영자여서 부회장급인데, 이번 사건이 아무래도 큰 타격”이라며 “양 전 원장이 검찰의 증거를 모두 동의한다면 증인 소환 가능성이 낮겠지만 양 전 원장이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 변호사가 증인 소환을 피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김앤장 관계자는 "한 변호사가 김앤장 내에서 오랜 경력을 갖는 시니어급에 해당되는건 맞다"면서도 "양 전 원장 재판에서 (한 변호사에 대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박남천)가 한 변호사의 증인 소환 여부에는 양 전 원장의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증거 동의 여부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지난주 진행한 보석심문기일에서 양 전 원장에게 가장 먼저 한 변호사와의 독대를 질문했다. 재판부는 “강제징용 손해배상청구 재상고 사건과 관련해 한상호 변호사를 적어도 4회 이상 집무실에서 만난 사실이 있냐”고 물었고 이에 양 전 원장은 “만난 사실은 있으나 한 변호사가 집무실에 오게 된 연유는 이번 공소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답했다.
법원의 한 판사는 “양 전 원장의 검찰 증거에 대한 인부에 따라 한 변호사 증인 소환이 결정될 것”이라며 “양 전 원장이 증거에 대한 동의 입장을 밝히면 한 변호사를 불러도 증거 내용을 확인하는 것에 불과하니 검찰도 증인으로 소환하려 하지 않을 것이지만 증거에 대해 부동의한다면 증인 소환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양 전 원장이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증거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양 전 원장에 앞서 재판이 시작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11일 열린 첫 공판에서 압수된 USB와 피의자 신문조서 등 증거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다. 양 전 원장의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25일 오전10시에 예정돼 있다.
사법농단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보석 심문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