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사법농단 의혹’ 연루 법관들 중 기소여부에 관심이 쏠렸던 성창호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현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가 결국 기소됐다.
성 부장판사는 앞서 ‘사법농단 의혹’ 사건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정작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1심 판결이었다. 그는 일명 ‘드루킹’ 공범으로 기소된 김 지사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 재판장으로, 지난 1월30일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에게 징역 2년의 실형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다.
당시 선고에 대해서는 재판에 대해 언급을 꺼리는 법조계에서도 ‘지나치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재판부 판시 내용이 김 지사를 기소한 특별검사팀 논리보다 더 나아갔다는 분석도 나왔다. 심지어는 '양승태 측근'인 성 부장판사가 사법농단 수사에 반발로,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지사를 법정구속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성 부장판사는 2012년 2월부터 2년간 양승태 전 대법원장 비서실 판사로 근무했다.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제3차장검사가 지난 2월1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브리핑룸으로 사법행정권남용으로 구속 기소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 검사)에 따르면, 성 부장판사는 2016년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사건이 법관비리 사건으로 비화되자 검찰의 수사기밀을 빼돌려 법원행정처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성 부장판사는 당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로, 검찰 수사상황을 훤히 알고 있었다.
물론 성 부장판사가 독자적·자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니다. ‘법관 비리 수사 확대 차단’이라는 양 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 수뇌부의 결정을 신광열 당시 형사수석부장판사를 통해 전달 받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성 부장 외에 당시 영장전담 부장판사로 있었던 조의연 부장판사도 법원행정처의 지시를 이행했다. 신 수석부장판사와 성 부장판사, 조 부장판사는 이날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검찰로서도 성 부장판사에 대한 처리가 껄끄러웠다. 김 지사에 대한 판결 이후 성 부장판사가 여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기 시작한데다가, 정치권에서 그를 당리당략을 위한 도구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처리로, 검찰로서는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검찰은 성 부장판사를 재판에 넘겼다. 그의 범행이 적극적이고 지속적이었다는 이유에서였다. 수사팀 관계자는 그의 행위에 대해 “누가봐도 불법”이라면서 “기소하지 않는 것이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검찰 설명처럼 성 부장판사는 신 수석부장판사, 조 부장판사와 함께 법원에 접수된 영장청구서와 수사기록 가운데 법관 관련 내용을 요약하거나 복사해 법원행정처로 보냈다. 검찰은 “성 부장판사 등 3명은 그 과정에서 법원행정처로부터 수사가 예상되는 법관 가족 등 31명의 명단을 제공받아 영장심사에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수사기록에 나와 있는 법관 비리관련 진술과 수사상황은 물론 향후 수사계획까지 수집해 총 10회에 걸쳐 신 수석부장판사를 통해 법원행정처에 보고했다. 검찰 관계자는 “유출된 수사보고서는 ‘영장청구 필요성 종합 수사보고서’로서, 공여자 및 금품 전달자들의 구체적 진술 내용과 계좌·통화내역분석 결과, 증거인멸 시도 등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다수 수사기밀이 기재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성 부장판사 등은 또 검찰의 수사기밀을 분석한 법원행정처가 법관 비리 수사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영장심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자 사건에 연루된 법관 가족 계좌추적 영장 등을 기각하는 등 실제로 실행에 옮겼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검찰은 이날, 성 부장 등과 비슷한 혐의로 조사를 받은 전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기소대상에서 제외했다. 검찰 관계자는 “적극성 여부에서 차이가 난다. 서울중앙지법은 단순히 행정처 요구에 응하는 것을 넘어서 (수사기밀을) 복사해서 유출하고, 초창기에는 이걸 심사해서 최대한 막아야 한다는 회의도 했다”고 지적했다.
수사팀은 김 지사에 대한 재판결과와 성 부장판사에 대한 기소 간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분명하게 부인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오해의 소지가 없게 말씀드리면 성 부장판사와 조 부장판사는 이미 지난해 9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피의자 입건됐다"고 말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