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성인 한 손 크기의 로봇을 몇 개의 카드에 갖다 댔다. 로봇을 바닥에 놓으니 전진한다. 앞에 장애물이 나타나자 이를 인지하고 왼쪽으로 피해 간다. 그리고 멈춰 서더니 로봇에 녹음했던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라는 음성 메시지가 나온다.
장애물을 만날 때까지 전진, 장애물을 만났을 경우 좌회전, 멈춰서 음성 메시지의 카드를 로봇에 인식시킨 결과다. 이 로봇은 SK텔레콤의 교육용 스마트 로봇 '알버트'다. 알버트는 소프트웨어(SW) 의무 교육 시대를 맞아 어린이와 학부모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딱딱한 프로그래밍 코딩 수업이 아닌 말하는 로봇과 카드를 활용해 재미있게 논리적 사고력을 키워주는 것이 목표다. 15일 서울 중구 을지로 SKT타워에서 알버트 출시때부터 교육용 로봇 개발을 담당한 황은동 SK텔레콤 누구알버트사업셀 팀장(
사진)을 만났다.
알버트는 지난 2012년 12월 처음 출시됐다. 영어 단어가 적힌 카드를 로봇에 넣으면 화면에 뜻이 나오는 방식이었다. 영어 외에 수학과 놀이 콘텐츠가 있었다. 교육 전문가들에게는 호평을 받았지만 학부모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영어와 수학 공부를 로봇으로 한다는 새로운 시도에 아이들을 맡기기가 불안했다.
SK텔레콤은 이듬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에 알버트를 전시했다. 당시 해외에서는 이미 코딩 교육에 대한 수요가 있었고 현지에서 알버트를 코딩 교육에 활용하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황 팀장은 알버트에 코딩 교육 프로그램 '스크래치'를 추가했다. 당시 도입된 것이 카드 코딩 방식이다. 여러가지 명령을 의미하는 카드를 로봇에 인식시키면 그대로 움직이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다. 알버트는 수만개의 점으로 이뤄진 카드를 광학인식센서(OID)로 인식한다. 알버트는 2014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교육기술박람회(Bett)에서도 주목받았다. 이후 알버트는 해외에서 관심을 받으며 중국·말레이시아·베트남을 비롯해 아르헨티나·코스타리카·파라과이 등으로 수출됐다.
스마트 로봇 '알버트'로 인식한 카드가 스마트폰 전용 앱에 나타난 모습. 사진/박현준 기자
국내에서도 SW 교육 의무화가 시행되면서 초등학교 저학년과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알버트와 같은 코딩 프로그램을 갖춘 로봇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방과후 수업에서 알버트를 사용하는 학교도 늘었다. 수요는 늘었지만 아이들을 모아 교육할 공간이 부족했다. 이에 SK텔레콤이 고안한 것이 전국 주요 도시에 있는 대리점을 활용하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초등컴퓨팅교사협회와 협약을 맺고 대리점을 활용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신나는 코딩 교실'을 운영한다. 이달 중으로 일산, 분당의 2개 지점에서 시작한 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SK 계열사들이 추진하는 사회적 가치 추구 방안의 일환이기도 하다. 자사의 인프라나 기술을 개방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자는 취지다.
황 팀장은 올 하반기 중으로 알버트에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 플랫폼 '누구'도 탑재할 계획이다. 현재 카드로 각종 명령을 인식하지만 누구가 탑재되면 음성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어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교육이 가능하다. 황 팀장은 "로봇을 활용하면 손으로 만지고 보고 들을 수 있어 학습효과가 크다"며 "아이들의 사고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더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