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현재 약 75만명인 국내 치매 인구는 노령인구 증가에 따라 오는 2030년이 되면 약 136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치매의 원인 중 하나인 알츠하이머병은 전체 치매의 50~60%를 차지한다. 알츠하이머병은 뇌 속의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작은 단백질이 과도하게 만들어져 뇌에 침착되면서 뇌세포가 손상되는데, 이로 인해 뇌세포의 골격이 파괴되면서 치매로 이어진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깊은 수면이 치매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의 농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츠하이머병은 베타 아밀로이드에 의해 발생한다. 때문에 베타 아밀로이드를 몸속에서 배출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한다면 이같은 작용이 원활하지 않아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신원철 강동경희대병원 수면센터 신경과장은 "깊은 잠을 잘 때 뇌의 글림파틱 시스템이 뇌 동맥의 박동과 혈류의 힘으로 뇌 속에 축적된 노폐물을 정맥으로 밀어 뇌 밖으로 배출한다"라며 "깊은 잠을 자는 것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휘튼대학 연구팀의 지난 2017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516명을 대상으로 3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수면호흡장애가 있는 그룹이 수면호흡장애가 없는 그룹보다 베타아밀로이드 수치가 더 많고 증가 속도도 빠르게 나타났다.
수면무호흡증과 불면증 등으로 깊이 잠들지 못하면 뇌 속 노폐물 청소를 못해 치매 단백질 덩어리가 뇌에 축적된다. 보통 증상이 시작되기 5~7년 전부터 축적되기 때문에 당장 증상이 없어도 수면장애로 인해 깊은 잠에 들지 못하는 사람은 치매 단백질이 쌓이고 있을 수 있다.
신원철 교수는 "코골이가 심한 사람은 하루 100회 이상 수면호흡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수면호흡장애는 인지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고 최근에는 수면호흡장애가 알츠하이머병의 사전 증상으로 볼 수 있다는 가설도 제기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밤에 잠을 자도 피곤하거나 자고 일어나서 뒷골이 당기는 경우, 기억력·집중력이 저하되는 증상이 있으면 수면장애를 의심해볼 수 있다. 수면장애는 질환에 대해 스스로 파악하기 어려워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정확하게 수면 패턴과 상태를 검사해보는 것이 좋다. 수면다원검사는 수면무호흡증·불면증·코골이·하지불안증후군 등 수면장애를 진단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다.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왜 깊은 잠에 들지 못하는지 정확한 파악이 가능하며, 수면 질환으로 진단되면 신경과, 내과 등 여러 진료과와의 협진을 통해 양압기 처방, 구강 내 장치, 체중 감량 등 환자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 특히 기존에는 수면다원검사가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진료비가 부담됐지만, 지난해 7월부터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등 수면질환과 연관돼 검사를 받는 경우 보험적용이 가능해 환자의 부담이 줄었다.
치매 단백질로 손상된 뇌세포는 다시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치매는 숙면과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를 위해 수면장애 치료와 함께 생활습관도 개선하면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 된다. 비만한 사람은 수면무호흡증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꾸준한 운동을 통해 체중감량을 하면 수면무호흡이 감소할 수 있다.
한편,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생활습관으로는 사회활동과 대화를 늘리고 스트레스와 불안을 줄이는 것 등이 있다. 또 충분한 음식물 섭취와 운동 등도 치매 발병 가능성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지난해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서 열린 '우푸푸 숲속 꿀잠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잠을 자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