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집값 상승 주범 중 하나로 꼽히는 분양가가 지속 상승세를 보인다. 지난해까지 서울 등 수도권에서 오른 집값 상승분을 반영했다고 해도 해를 넘겨서도 오름세를 보이는 데서 분양가 산정 근거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낳는다. 건설업계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간접적인 분양가 통제를 받기 때문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HUG는 분양가 관리가 주 업무가 아니라며 한발 물러섰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 일대에 아파트가 늘어서있다. 사진/뉴시스
18일 업계 및 관계 당국에 따르면 민간아파트 분양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HUG가 집계하는 전국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지난달 말까지 1년간 ㎡당 341만3000원을 기록했다. 그 바로 전월 누적 1년 평균에 비해 0.15% 상승한 수치다. 전년 동기간과 비교하면 8.13%나 올랐다.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지역은 서울이다. 서울은 전월 누적 평균 대비 0.36% 올랐다. 전년 동기간에 비해서는 15.01% 급증했다. 5대 광역시와 세종시 역시 전년 동월보다 12.45%,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은 11.72% 상승했다.
이러한 상승세는 지속적이다. 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 조사한 민간아파트의 ㎡당 평균 분양가격도 전월 대비 2.16% 오른 수치였다. 올해 1월말에도 전월 대비 0.95% 올랐다.
그동안 일각에서는 집값 상승이 고분양가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러한 시각에는 건설사들이 분양가에서 높은 마진을 취한다는 비판이 깔려 있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분양보증을 통해 사실상 HUG가 분양가를 조정하기 때문에 가격 산정의 권한은 한정적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HUG는 고분양 관리 지역 지정을 통해 통제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해당 지역에서 분양보증 심사 때 분양가도 심의를 하는 식이다.
지난 2월 기준 고분양 관리 지역은 서울 전 자치구가 해당됐다. 하지만 분양가는 서울에서 가장 많이 올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고분양 관리 지역이 되면 자치구 내 아파트 평균 분양가의 최대 110%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에 개별 분양 아파트의 설계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지역 평균으로 산정해 분양가가 고평가 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HUG 측은 '분양가 산정 아닌 보증기관'이라며 주 업무가 아니라는 논리로 맞선다. 학계에서도 이러한 한계를 지적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건설사가 원가 상승 등을 이유로 분양가 인상을 주장하면 이를 통제할 방법이 없다"라며 "심사가 본래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최근 분양가가 오른 것이 원가 상승 때문이라며 불가피하다는 해석도 내놓았다. 김 소장은 “그동안 공사현장의 원가가 많이 올랐다”라며 “인건비, 자재값 등 원가가 오르면서 분양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원가 인상은 지속될 전망”이라며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박인호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준수 등으로 인한 원가 상승이 아파트 분양가 상승 가능성을 높인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서울 분양가 상승폭이 지난해 10%대였다가 최근 크게 축소된 게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추후 집값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분양가도 조정받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