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중소형 아파트 단지 인기에 힘입어 중소 건설사들이 도약하고 있지만 매출이 커져 하도급 거래가 늘어나는 만큼 부당거래 문제도 더 부각되고 있다. 부동산 정책이나 대기업 집단 규제로 대형사에 대한 감시망이 촘촘해진데 비해 여기서 벗어나 있는 중견사들이 적폐를 끊지 못하는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주택 규제로 세 부담이 커진 고분양가 매물이 집중 타격을 받고 있다. 대림산업이 시공하는 서울 e편한세상광진그랜드파크도 현재 미분양 상태다. 대형사의 브랜드 아파트가 서울에서 미분양이 발생해 시장에 충격을 준 바 있다. 해당 매물 분양가는 10억8900만원~15억5600만원이다. 양도세가 높아져 투자 측면의 접근이 어렵고 실수요자는 대출 부담이 따른다. 초기 취득세뿐만 아니라 추후 종부세가 적용돼 보유세 인상 부담도 꺼려진다. 최근 수도권 미분양이 폭증하고 악성 미분양이 4년 만에 최대치를 찍는 등 분양 경기 하락은 이처럼 주로 대형 평대에서 나타난다.
반대로 청약이나 대출 등 실거주, 실수요자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며 이들이 주로 찾는 중소형 매물은 인기를 끈다. 덩달아 중소형 단지 취급 비중이 높은 중견사들도 시장에서 두각을 보인다. 대표적으로 서해종합건설은 서울, 수도권 내 입지를 확장하며 급성장 중이다. 조만간 서울 은평구에서도 신규 단지를 분양한다. 전용 13평~22평 구성인 은평서해그랑블이 그것. 최근 인기를 끄는 중소형 평대는 물론 지역내 10년 만에 선보이는 신축으로도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방배서리풀서해그랑블이 높은 경쟁률로 완판돼 서울 진출 교두보를 확장한 이 회사는 이번에 기세를 이어갈 방침이다.
지난해 실적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분양 성적을 보면 성장세를 이어간 듯 보인다. 지난 2017년까지 실적은 가파른 오르막을 탔다. 매출이 전년보다 118% 증가했다. 그런데 주로 하도급 등을 상대로 한 외상거래분이 151%가량 커진 게 눈에 띈다. 자산에서 외상거래가 차지하는 비중도 동 기간 9%에서 20%까지 증가했다. 내역을 살피면 3개월을 넘거나 1년 이상 되는 거래도 있다. 회사는 또 공사원가를 낮춰 비용을 줄이는 데도 성공한 듯 보인다. 매출 증가분에 비해 공사원가는 37% 오르는데 그쳤다. 공사원가를 줄이면 하도급 대금이 줄어 협력사는 부담이 클 수 있다. 덕분에 서해종합건설은 동 기간 영업이익이 286%나 폭증했다.
서해종합건설은 지난해 이 회사를 상대로 갑질, 비리의혹을 주장했던 하도급 업체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갈등이 있었다. 해당 직원이 주장하던 혐의는 그러나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했다. 이와 별개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삼협종합건설과 지난해 대창기업, 금강주택, 대원, 반도건설, 양우건설, 제일건설 등 중소 건설사들에게서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7년 건설노조가 하도급 부당거래 근절을 주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