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재벌 대기업 집단의 편법 상속 법칙이 수십년이 지나도 반복된다. 총수일가 후계가 비상장 법인 주식을 취득한 뒤 내부거래와 합병, 상장 작업을 거쳐 최종적으로 대기업 집단의 지배기업 주식을 확보하는 식이다. 초기 비상장 법인 주식 투자비용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면 상속재산 절반에 해당하는 상속세는 피할 수 있다. 꼼수라며 사회적 눈총을 사지만 이를 법으로 제재할 수단은 없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 수사가 모회사인 삼성물산에 대한 수사까지 확대되고 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합병 이슈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관련 정황을 파헤치는 중이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분 승계 의혹과 연결된 최순실 국정농단 뇌물 사건의 상고심까지 닿아 있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 삼성엔지니어링글로벌엔지니어링 센터의 모습. 사진/뉴시스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비판 여론은 이 부회장이 과거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종잣돈을 증여받아 삼성그룹 계열 비상장 법인 주식을 취득하던 시점부터 시작됐다. 이 부회장이 처음 수십억원을 증여받아 그 절반 정도 증여세를 냈지만 결과적으로 그 자산이 현재 수조원까지 불어난 과정이 대중으로부터 상대적 박탈감을 키웠다.
이에 따른 비판 여론은 정권이 바뀌게 만든 촛불혁명의 동력이 됐지만 현재도 문제는 계속된다. 편법 승계를 막기 위한 각종 법안은 여전히 국회를 표류 중이다. 그 사이 비슷한 방식의 승계 시나리오가 재연되고 있다.
최근 상장 준비 중인 호반건설도 비슷한 유형이다. 지난해 합병을 통해 김상열 회장 장남 김대헌 부사장은 호반건설지분 54.73%를 확보하면서 사실상 지분 승계를 마쳤다. 상장 후 해당 지분가치는 초기 종잣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날 전망이다. 김 부사장이 호반건설에 흡수합병된 (주)호반 지분이 전자공시에서 처음 확인되는 시점은 2007년이다. 당시 자본금은 5억원으로 이후 수조원대 자산가치를 보유한 대기업으로 급성장했다. 2007년 (주)호반 자산은 446억원에 불과했는데 2017년 말까지 1조7972억원으로 폭증했다.
그 과정에는 내부거래가 큰 몫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호반건설 내부거래 비중은 25%로 60개 대기업집단 중 3위였다. (주)호반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35%나 됐다. (주)호반은 과거 내부거래 비중이 90%를 초과한 적도 있어 총수일가 사익편취를 위한 일감몰아주기 의혹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당국이 문제를 적발하기는 쉽지 않다. 회계 전문가는 “재무 상태를 보면 문제 삼을 게 많은데 막상 조사를 하면 평가를 한 회계법인이 반론할 여지가 많다”라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