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채무자 '사정 변경' 고려 안 한 변제기간 단축 안돼"

서울회생법원, '기존 채무자 소급적용' 업무지침 폐지

입력 : 2019-03-25 오후 4:21:28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개인회생 변제기한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채무자회생법 개정이 있었다고 해도 법원이 채무자의 소득·재산 변동 등 변경사유가 발생했는지 제대로 따지지 않고 법 개정만을 이유로 채무자의 변제기간을 단축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결정으로 법 개정 전 기존 개인회생 채무자의 변제기간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해 소급적용했던 서울회생법원은 업무지침을 폐지하기로 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최근 A사가 채무자 이모씨의 개인회생 변제계획 변경안에 대한 서울회생법원 인가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제기한 소송 재항고심에서 이씨가 신청한 변제계획 변경안을 인가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회생법원에 되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대법원은 "개정규정 시행 전에 신청한 적용제외 사건이므로, 변제기간을 60개월로 정한 변제계획안이 인가된 이후에 변제기간의 상한을 단축하는 법개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인가된 변제계획에서 정한 변제기간을 변경할 필요가 생겼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다만, 적용제외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변제계획 인가 후에 채무자의 소득이나 재산 등의 변동으로 인가된 변제계획에서 정한 변제기간이 상당하지 아니하게 되는 등 변경사유가 발생했다고 인정되면 변제기간의 변경이 가능하므로, 1심은 변제계획 인가 후 채무자의 소득이나 재산 등의 변동 상황을 조사해 이에 비춰 인가된 변제계획에서 정한 변제기간이 상당하지 아니하게 되는 등 변경사유가 발생했는지를 심리·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하지만 1심은 위와 같은 사정에 관해 아무런 심리를 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업무지침에 따라 채무자가 제출한 변제계획 변경안을 인가했고, 원심은 이러한 잘못을 간과한 채 1심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원심결정에는 변제계획 변경안의 인가요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재판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4년 5월 개인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받은 이씨는 2014년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60회에 걸쳐 총 1035만원을 변제하겠다는 변제계획안을 제출했고 법원으로부터 인가를 받았다. 2017년 12월 개인회생 변제기한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내용으로 채무자회생법이 개정되자 서울회생법원은 지난해 1월 이씨와 같이 법 개정 이전 변제계획 인가를 받아 기간 단축 혜택을 못 본 채무자들의 경우 법 취지에 따라 3년 이상 미납금 없이 돈을 갚고 변경계획 변경안을 제출하면 인가하는 지침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2월 이씨는 변제기간을 2014년 5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47개월로 단축하는 변경안을 제출했다. 이씨 채권자인 A사가 이씨의 변경안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서울회생법원은 A사 반발에도 이씨 변제계획 변경안을 그대로 인가했다. A사가 이에 불복해 항고했으나 서울회생법원 합의부는 기각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서울회생법원과 달리 다른 법원에서 소급적용을 받아들이지 않는 등 각급 법원마다 법 시행일인 지난해 6월13일 이전 인가자들에 대한 소급적용을 달리한 것에 대한 혼선을 끝내는 의미가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적용제외 사건에 관해 개정법 관련 규정을 소급적용해온 것이 아니라, 법 개정의 취지를 살려 적용제외 사건의 채무자가 변제기간을 단축하는 변경안을 제출하는 경우에도 변제기간을 변경해온 것"이라며 "이번 결정에 따른 향후 실무 운용방향에 관해서 서울회생법원에서 조만간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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