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정부가 주택경기 부양에 부정적인 기조를 고수해 건설업계가 움츠러든다. 건설 투자가 감소하는 속에 사업 전략도 속속 수세로 전환하고 있다. 국내 경기 침체 우려에 해외 선진국 경기까지 하락 반전되는 양상으로, 추경 편성이 힘을 받고 있지만 정작 부양효과가 높은 주택시장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워크아웃 졸업을 보류한 신동아건설은 올해도 조심스럽다. 회사는 꾸준히 흑자를 보고 있지만 현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졸업 후 부채 이자 등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걱정이 있다. 신동아건설 관계자는 26일 “주력이 주택사업인 만큼 경기 동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라며 “현재 실적은 양호하지만 당장 졸업하기엔 체력이 충분치 않다는 시각이 있다”라고 말했다.
합병 후 상장을 준비 중인 호반건설도 경기 동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회사는 지자체의 공원조성사업을 다수 수주해 공원 한켠에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 유망해 보인다. 하지만 주택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 기조에 따라 장기적으로 미분양이나 미입주 등 리스크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까지는 도급사업이 많아 실적을 뒷받침했는데 수주잔고가 줄어드는 우려도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기업공개를 위한 실사 중인데 경기가 안 좋으면 철회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IPO시장 대어로 기대를 모았던 홈플러스 리츠는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매장 51개 점포를 기초자산으로 상장을 추진했는데 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 결과가 당초 기대치를 밑돈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리츠는 공모가를 낮추거나 시장 상황을 봐가며 재상장을 추진할 방침이다. 하지만 리츠 자산인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각종 경기 지표는 최근 뚜렷한 하향세를 보인다.
기업들의 보수적인 전략은 거시적인 지표로도 확인된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건설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5.9% 감소해 3분기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013년부터 건설투자 상승세를 견인했던 주거용과 비주거용 건축투자 감소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주거용 건축투자는 1.9%, 비주거용 건축투자는 5.1%씩 줄었다. 2009년부터 9년 연속 장기 침체 중인 토목 분야와 더불어 투자 감소세를 가속화시킨다.
지난해 조정이 시작된 건축투자는 올해도 부진이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나 전문가들 사이에 경제성장과 일자리를 고려해 주택시장도 침체가 장기화된 지방은 살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아울러 건축시장이 위축됐을 때 이를 완충하기 위한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앞서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24일 청와대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여건상 어려움이 있어도 주택시장을 경기부양 수단으로 사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2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일련의 부동산 대책으로 (집값)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언제든 다시 흔들릴 수 있다”라며 “실수요 중심으로 안정적인 시장 관리에 주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