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일제강제동원 사건의 피해자들이 4일 추가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대리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소속 ‘강제동원소송대리인단’은 이날 강제동원 피해 당사자 4명과 유족 27명이 제기한 추가소송 8건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일제강제징용 피해자인 김용화 할아버지(가운데 오른쪽)가 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입구에서 열린 추가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당시 피해사실을 들려주며 일본 정부의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김용화 할아버지 왼쪽은 김한수 할아버지. 사진/최서윤 기자
원고 중 한 명인 김한수(1918년생) 할아버지는 소장 제출에 앞서 법원 입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일본 사람은 하얀 쌀밥을 먹고, 한국 사람은 기름 짜고 남은 썩은 깻구멍에 쌀을 조금씩 넣어 ‘벤또(도시락)’에 담아 줬다. 거꾸로 들면 후루루 다 쏟아져버릴 만큼 끈기가 없었고, 그나마도 배불리 먹을 수도 없었다”면서 “지금 생각하면 속에서 왈칵 올라오는 느낌이 든다”고 회고했다. 김 할아버지는 1944년 8월 경 ‘전매청에서 필요한 목재를 실어 나른다’는 설명을 듣고 회사트럭을 타고 연안읍에 갔다가 그대로 청년 200여명과 함께 나가사키 미쓰비시조선소에 끌려가 이듬해 10월20일까지 징용 생활을 했다.
일본제철 공원 모집에 ‘국민학교 졸업하고 돈 벌러’ 지원했던 김용화(1929년생) 할아버지는 후쿠오카 야하타제철소로 끌려가 온갖 막노동과 잡일을 하다 해방 후 귀국했다. 김용화 할아버지는 “(지렛대로 물건을 들어 올리다가) 철뼈가 툭 튀어서 이빨이 다 나갔다. 일주일이나 보름에 한번 외출을 가는데도 전철비용이 없었다. 배도 고프거니와 얼마나 고생한지 모른다”면서 “당시 일본은 강대국이었지만 그 힘을 악용해서 여자들을 위안부 삼고 남자들은 끌어가 부려먹고 완전히 노예로 이용해 먹었다. 일본 국가(정부)에서 마땅히 보상을 해줘야 하고, 보상 이전에 사과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소송에는 피고인 가해기업으로 기존 일본제철(구 신일철주금)과 후지코시·미쓰비시중공업 이외에, ‘일본코크스공업’이 포함됐다. 코크스공업은 구 미쓰이광산주식회사가 2007년 사명을 변경한 회사로, 일제강점기 일본 최대 탄광인 미이케 탄광을 운영하면서 조선인들을 강제연행 해갔다. 당시 피해자인 박모 할아버지는 1943년 9월 후쿠오카 소재 탄광으로 끌려가 1945년 10월 사망했고, 유족들은 2006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구체적 증거롤 통해 피해사실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이번 소송을 통해 코크스공업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묻고자 한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하는 확정 판결이 이뤄지면서 당시 소송에 참여하지 못했던 피해자 및 유족들이 추가 소송에 나선 것이다. 민변은 대법원 판결 직후 소속 변호사 12명으로 구성된 대리인단을 꾸리고, 민족문제연구소 및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등 시민단체와 함께 지난 1월25일 소송설명회를 개최했다. 두 달에 걸쳐 200여명의 피해자 및 유족들에게서 연락을 받았고, 이들과 상담하면서 추가 소송을 준비해왔다. 대리인단의 최용준 변호사는 “오늘이 시작이고 앞으로 계속 소를 제기할 것”이라면서 “지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시효 적용은 없다’ 했고, 시효 판단은 법원에서 하는 것이기에 우리는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추가 소송 지속 제기 예정
대리인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강제동원에 책임 있는 그 어떤 주체도 사과나 배상에 나서지 않는 현실은 여전하다”면서 “심지어 일본제철을 포함한 가해 기업들은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이후에도 사법부를 통해 확인된 손해배상채무의 임의 변제에 나서지 않고 있다”면서 “피해자 다수는 회복을 받지 못한 채 눈을 감았는 상황에서 대리인단은 더 이상 소 제기를 늦출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일본제철, 미쓰비시, 후지코시 뿐 아니라 가해 기업 대상을 확대하면서 지속적으로 소송을 제기해 나갈 방침이다.
이날 회견에는 일본 언론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다수 일본 기자들이 취재를 와서 회견 직후한국어로 소송 계획 관련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날 소송 제기 내용 보도 이후 일본 정부가 어떤 입장을 보일지 주목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대법원 판결 선고 이후에도 공식석상에 재차 배상 의도가 없다는 뜻을 밝혀왔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