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블록체인 기술에서 자주 언급되는 개념 중 하나가 지분증명(Proof-of-stake·PoS)입니다. 암호화폐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네트워크가 분산화된 합의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하는 알고리즘입니다. 쉽게 말해 자신의 지분을 증명해 딱 그만큼만 보상을 받고 블록체인 생태계가 원활하게 굴러가게 하는 기제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분증명은 작업증명과 비교하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분증명이 작업증명(Proof of Work·PoW)의 대안으로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작업증명은 작업한 만큼만 보상을 받는 겁니다. 비트코인 등에서 쓰이는 방식인데, 새로운 블록을 블록체인에 추가하는 채굴(Mining) 과정에서 자신이 일한 만큼 증명하면 암호화폐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일한 만큼 보상받는다?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단점 또한 분명한데요. 채굴하는 컴퓨팅 파워에 따라 작업량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블록체인에서 거대 자본이 엄청난 컴퓨팅 파워를 앞세워 채굴한다면 소수 권력에게 블록체인 생태계가 장악될 수 있는 위험이 있는 겁니다. 탈중앙화, 분산화의 네트워크 합의를 추구하는 블록체인 가치와 정면으로 배치될 수 있습니다. 채굴에서 컴퓨팅 파워를 극대화하기 위해 막대한 전기를 사용하는 문제가 있는데, 이는 자원의 낭비로 이어져 심각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지분증명은 이 같은 작업증명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했습니다. 블록을 생성하기 위해 자신이 보유한 암호화폐 지분을 증명하면 됩니다. 지분이 많을수록 많이 받는 겁니다. 특정 회사 주식이 많으면 배당 시즌 때 배당금이 많아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작업증명에서 고성능 채굴기에 올인한다면, 지분증명에서는 코인을 구매해 암호화폐 지분을 늘리는 쪽으로 집중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지분증명이 완벽하게 거대 자본으로부터 독립한 건 아닙니다. 네트워크 안에서 나쁜(?) 마음을 먹은 세력이 과반 지분을 보유했다가 팔아치우면, 지분증명에서는 현재 블록체인 내에서 새로운 블록체인을 만드는 포크(fork)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분증명과 작업증명은 결국 소수 독점이 아닌 탈중화의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목표로 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수단들일 겁니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이더리움 2.0에서 지분증명 방식의 새로운 합의 알고리즘인 '캐스퍼'를 적용한다고 했는데요. 어느 알고리즘이 블록체인을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분산화 네트워크로 만들지 지켜볼 일입니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