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시장 관측보다 어두웠던 건설 현장 체감경기가 현실화 되고 있다. 업계는 올해 경기가 바닥 칠 것을 예상했는데 실제 실적발표 시즌을 맞아 어닝쇼크가 시작됐다. 1분기 해외수주 실적이 급감한 가운데 그동안 버팀목이 됐던 주택시장도 불안하다. 국내외 연착륙 대책이 시급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첫 테이프를 끊은 삼성물산이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당초 전망은 좋았는데 실제로는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비 반토막 났다. 패션, 상사, 바이오 등 포트폴리오가 복잡한 당사에서 특히 발목을 잡은 게 믿었던 건설이다. 건설 부문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비 540억원, 전분기비 640억원 줄었다. 국내와 해외로 구분하면 해외 매출이 4560억원이나 감소했다. 회사측은 매출은 인프라, 플랜트 준공에 따른 영향으로 하락했고, 영업이익은 해외 원전 프로젝트 이슈에서 일회성 비용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대형건설사는 통상 수주 실적을 유지해 프로젝트 준공에 따른 휴지기를 해소하는 편인데 해외 신규 수주 실적도 줄어 충당분이 부족했던 듯 보인다. 삼성물산은 올 1분기에 1조2000억원을 수주했는데 전년동기 1조5000억원보다 작다. 2분기까지도 수주 전망은 보수적으로, 실적 부담이 상존한다.
업계 전반적으로 1분기 해외수주 감소 폭이 커 다른 건설사들 실적도 먹구름이 짙다. 당초 1분기 내 예상됐던 루와이스 가스 플랜트 프로젝트나 알제리 하시메사우드 정유공장 프로젝트, 이라크 바스라주 해수처리 프로젝트 등 대규모 수주발표가 2분기로 넘어갔다. 몇몇 해외 수주가 유력한 현대건설도 25일 발표한 1분기 실적에선 영업이익이 6.1% 줄었다. 해외 수주 지연 이슈가 조기에 해결되면 2분기엔 반등할 수도 있으나 전반적인 경기가 하락세다.
대한건설협회와 건설산업연구원 및 통계청에 따르면 2월말 누적 기준 건설수주액은 전년동기비 10%, 건축허가면적은 11%씩 감소했다. 2월 건설수주는 4년 3개월래 최저치를 찍었다. 2개월 연속 전년동월비 20%포인트 이상 감소 추세다. 주택, 공장, 도로 모두 수주가 부진하다.
지난해 하반기 내 매달 6만호를 넘었던 전국 미분양은 연말 5만호대로 내려갔었으나 2월말 452호가 늘어난 5만9614호로 다시 불황 마지노선에 근접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수주시장에선 국제 외교관계를 원만하게 풀어가야 하는 현안이 많다”라며 “중동에선 현금이 없어 기름으로 대금을 대신할 정도로 불확실성도 높아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선 정책 금융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