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해운업계가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나서면서 종이서류 대신 전자문서로 해상운송 업무의 단절없는 연결 구현을 위한 데이터 표준화 작업에 나섰다. 표준화에 성공한다면 업무에 따르는 시간과 비용을 큰 폭을 줄여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기관별·국가별로 기술적 인프라가 판이하게 달라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론도 나오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적인 선사인 머스크, 하팍로이드, ONE(Ocean Network Express), MCS 등 4개사는 최근 미 연방해사국(FMC)에 등록을 마치고 ‘디지털 컨테이너 해운 협회(DCSA, Digital Container Shiping Asociation)’를 공식 출범시켰다. DCSA는 산업의 디지털화 추세에 발맞춰 해운업계 데이터 표준화 추진을 목적으로 탄생했다. 창립멤버인 4개사 이외에도 글로벌 톱 10 선사들도 참여를 추진하고 있으며, 국내기업들 가운데서는 현대상선이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DSCA는 향후 표준화, 디지털화, 운영 연계성(Interoperabilty) 제고에 주력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초기 사업으로 기술적 연계성 확보와 데이터 교환을 위한 표준화를 추진키로 했다.
윤희성 해운빅데이터연구센터장은 “해상운송을 위해서는 선사, 항만, 물류업체, 포워더 등 다양한 운영주체가 관련 데이터를 공유한다. 하지만 현재는 데이터 입력 필드값이나 포맷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를 표준화하는 작업이 필요했다”고 DCSA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사진/ 머스크 홈페이지 갈무리
이들이 표준화에 속도를 낼 분야는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를 투명하고 원활하게 공유하겠다는 것이다. 윤 센터장은 “현재 해운업계의 업무 처리 방식은 과거에 비해 많이 전산화됐지만, 여전히 종이 서류작업 비중이 높다”면서 “블록체인을 통해 서류작업시 발생되는 오류와 비용, 시간 등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여전히 블록체인 표준화는 먼 미래라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DCSA의 설립 목적이 해운산업내 업무와 데이터의 표준화를 추구지만 비영리기구이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경쟁에서 뒤지는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보진 않는다”면서 “또한 해상운송 업무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다 보니 전체 운영과정을 하나로 연결하기엔 어려움이 많고, 데이터 표준화 작업 또한 쉽지않다. 따라서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표준화 구현은 아직 먼 미래의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물류 과정상 해운이나 물류보다 상거래와 금융의 역할이 선행돼야 하고 수출입 전 국가의 항만, 세관 등이 모두 연결돼 있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중·후진국에서는 블록체인에 대한 기술개발 움직임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춰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연구하고 있지만 새로운 기술 분야인 만큼 잠재력이나 방향성이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결국 준비를 해야 하는 당위성은 있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고 방향성도 잘못 맞춰 나가는 경우도 있어 우선 데이터 공유화부터 대응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