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고백은 언제나 빠를수록 좋다

입력 : 2019-05-07 오후 2:55:35
사상 초유의 세포 변경 논란을 일으킨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지난 3일 인보사의 개발사 코오롱티슈진이 공시를 통해 세포 변경 인지 시점을 올해 2월이 아닌 지난 20173월로 밝히면서다. 이로써 의약품 주성분의 세포 변경 속 '혼동은 있었지만, 고의성은 없다'는 회사 측 주장 역시 급격히 힘을 잃으며, 기업 신뢰도가 끝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사태의 시작점인 지난달 1일 인보사 판매 중단 조치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는 고개 숙여 사과하면서도 "이번 사태로 회사의 윤리성이 의심받을 수 있지만 이번 입장 표명은 요구받은 것이 아닌 자발적 검사에 의한 공개"라며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반칙하지 않고, 한 점 의혹 없이 정도로 가고자 한다"라고 강조했다.
 
'치명적 오류의 자발적 공개' 형태로 내비친 이 대표와 코오롱생명과학의 당시 모습은 회사의 고의 은폐 의혹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옹호론 쪽에 무게를 싣는 요소로 작용했다. 향후 사업 전개에 미칠 파장을 알면서도 진실을 밝힌 도덕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달 15일 국내에서 유통된 인보사 역시 미국에서 임상 중인 제품과 마찬가지로 신장유래세포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며 고비를 넘기는 듯했다. 비록 명칭 혼동이라는 터무니 없는 실수와 정밀조사 결과 등이 남아 있었지만 비임상부터 상업화 단계까지 같은 세포를 사용했다는 회사 측 주장에 손을 들어주는 여론도 존재했다.
 
하지만 스스로 해명을 뒤집은 공시에 분위기가 급변했다. 최소한 코오롱티슈진은 국내 허가 이전 시점에 상황을 인지했다는 것이 확실해진 만큼 결과적으로 거짓 해명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환자단체는 고의 은폐 여부에 대한 경찰 수사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고, 그동안 정밀 조사 결과 이후로 모든 판단을 유보해 온 식약처 역시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철저한 인지시점 및 현지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입장 번복 속 희박해진 진정성에 여론도 싸늘한 분위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FDA는 현지 임상 중단을 통보한 상태다.
 
의약품이 중심이 된 사건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환자다. 신뢰를 잃은 회사 입장에 환자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당초 이 대표가 지키고자 했던 '정도'를 이미 한참 벗어난 이번 사태를 조금이라도 바로잡기 위해선 추가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고백은 언제나 빠를수록 좋다. 
 
정기종 산업2부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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