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사, 31일 임시주총 앞두고 갈등 고조…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한국조선해양 본사 위치 놓고 의견 엇갈려

입력 : 2019-05-08 오후 8:00:00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물적분할 임시 주주총회을 앞둔 상황에서 노조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물적분할 후 한국조선해양(가칭)을 서울에 두려 하자 노조 측에서 사실상 본사 이동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오는 31일 울산 본사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물적분할 안건을 상정한다. 안건이 통과되면 현재 현대중공업은 중간지수사 역할을 하는 한국조선해양과 사업회사인 현대중공업으로 분할한다. 이후 한국조선해양은 산하에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4개사를 거느리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을 서울 종로구 계동의 현대사옥에 둔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결정에 노조 측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조선계열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한국조선해양을 서울에 두는 것은 사실상 현대중공업 본사 이전이라는 주장이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물적분할로 본래 현대중공업의 투자 부문, 연구개발, 경영지원 부문이 한국조선해양으로 이전하게 된다. 그런데 한국조선해양을 서울에 둔다는 것은 사실상 본사가 이전하는 것"이라면서 "2016년 현대글로벌서비스가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했고 2017년 현대로보틱스가 대구로 옮긴 상황에서 투자 부문 사업을 서울로 옮긴 다는 것은 사실상 울산에는 현대중공업 외형만 남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또 현대중공업이 성남에 건설 중인 R&D 센터가 완공 되면 5000여명의 직원이 또 다시 울산을 빠져나가게 될 것"이라면서 "조합원이 가지고 있는 단결의 힘으로 집회, 파업 등을 염두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2월 12일 오전 현대중공업 노조가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추진에 대한 입장과 향후 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조의 반발이 거세지자 울산시도 한국조선해양을 울산에 남겨둬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7일 담화문을 통해 "한국조선해양 본사의 타 지역 이전은 간신히 조선업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동구지역 주민들과 울산시민들에게 심리적 저항과 불안감을 불러 올 것"이라면서 "현대중공업의 경영, 설계, 연구인력의 역외 유출은 3만명의 인력 구조조정과 분사 결정에 따른 지역경제 붕괴의 악몽을 재연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송 시장은 '한국조선해양 울산 존속 지원단'을 구성해 업무추진을 지원하고 지역대학과 협의해 조선해양플랜트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재정지원을 검토하겠다며 지역주민들에게 관심을 당부했다. 
 
반면 사측은 한국조선해양을 서울에 둔다고 해서 본사를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한국조선해양을 서울에 두지만 실제로 울산에서 서울로 오는 직원수는 많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 이미 서울 계동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의 소속이 한국조선해양으로 바뀌는 것"이라면서 "한국조선해양에 5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게 되는데 여기서 100여명만이 울산에서 올라올 예정이고 나머지는 현재 서울 계동 직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중간지주회사가 울산만 컨트롤하는 것이 아니라, 전라남도 영암에 있는 현대삼호중공업, 인수가 마무리 될 경우 거제에 있는 대우조선해양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조선 계열사들이 지역마다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관리할 한국조선해양을 울산에 두라는 요구는 맞지 않다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중공업과 노조간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어 오는 31일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물리적 충돌도 우려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사업분할 승인건을 처리했던 2017년 임시주총때 물리적 충돌이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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