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올 초부터 조선업계의 높은 관심을 받았던 카타르발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가 본격화되고 있다. 최대 100척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는 초대형 발주인 만큼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춘 한국 조선 빅3가 일감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 지 주목을 끌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벌써부터 견제에 나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확한 발주 규모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수주 잭팟이 터질 것이란 기대는 아직 이르다는 경계론도 나온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영 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Qatar Petroleum, QP)은 대규모 LNG선 발주를 위한 입찰을 시작했다.
조선 빅3 모두 QP로부터 입찰에 참여해달라는 제안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빅3 측은 입찰제안서를 받은 것은 맞지만 발주량, 선박 규모, 인도시기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것이 공통된 답변이다.
올해 1월 사드 빈 셰리다 알 카비(Saad Sherida Al-Kaabi)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 겸 QP 사장이 청와대에서 열린 한-카타르 정상회담에 참석해 LNG선 60척 발주 계획을 밝히면서 높은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카비 장관은 "LNG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LNG선 60척을 인도받을 것"이라면서 "향후 10년간 신조발주 LNG선이 100척을 초과할 가능성도 있다"고 추가 발주 계획을 전했다.
QP는 노스필드확장(NFE) 프로젝트를 통해 연간 7000만톤 수준의 LNG생산능력을 오는 2024년 1억1000만톤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QP와 엑스모빌의 합작회사인 Ocean LNG의 선대 확장 요구에 따라 총 60척 발주 계획을 세웠다. 여기에 현존선 대체 수요까지 향후 10년간 100척을 발주한다는 복안이다. 빅3가 받은 입찰제안서가 카비 장관의 말처럼 60척 규모인지는 알 수 없으나 향후 LNG생산능력 확장 계획만 놓고 보면 대규모 발주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중공업의 고성능 가스처리시스템을 탑재한 17만6000㎥급 LNG운반선. 사진/ 뉴시스
현재 전세계에서 17만㎥급 대형 LNG선을 건조한 경험이 있는 조선소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빅3와 중국 후동중화조선, 일본 JMU, 이마바리조선, 가와사키중공업, 미쓰비시중공업뿐이다. 지난해 국내 조선업계는 전세계 발주된 LNG선 76척 중 66척을 가져가며 시장을 독식했다. 사실상 중국이나 일본은 경쟁자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빅3의 도크가 2021년 말까지 채워져 있는 만큼 발주처가 요구하는 인도일정에 맞추기 어려울 것이란 주장을 제기했다. 중국 현지 매체인 Eworldship은 "빅3의 LNG선 수주잔량을 고려하면 2021년 12월까지 도크가 채워져 있다"면서 "수주가 어려울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벌써부터 빅3의 수주 독식을 견제하고 나선 것이다.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카타르가 대규모 LNG선 발주계획을 밝혔으나 LNG 생산을 위한 처리시설 건설 등까지 리드타임을 계산해보면 실제 선박 인도날까지는 꽤 긴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또 대량 발주한다고 하더라도 선박을 나눠 인도 받을 거라고 생각되는 만큼 인도시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외 언론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대규모 발주량에 대한 경계론도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세계에는 525여척의 LNG선이 운항되고 있다. LNG선 건조에는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만큼 선가도 다른 선박에 비해 높다. 그러나 전체 해상교역량과 비교하면 LNG선 시장은 매우 작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카타르가 밝힌 발주계획은 그야말로 전에 없던 엄청난 규모이다. 계획대로 향후 10년간 100척이 발주된다며 이는 전세계 선단의 19%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 관계자는 "빅3가 언론에 알려진대로 60척을 나눠 가져간다고 해도 이는 매우 큰 규모"라면서 "하지만 발주처는 선박을 한번에 모두 발주하지 않고 몇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발주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가시적으로 건조계약에 대해 진행것이 없다. 발주처에서 발주 예정 규모를 언급한 것뿐이다. 발주 척수와 인도일정 등 어느것도 구체화된 것은 없다"라며 지나친 기대감을 경계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