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 중학교 교사 A씨는 제자를 순수한 마음으로 걱정해줬다가 곤욕을 치렀다. 학생 손목에 긁힌 상처 몇 개를 발견하고 요즘 일부 청소년에서 유행하는 자해가 아닌지 의심했다. 다른 학생 눈에 띄일까봐 일과 후 상담했지만, 학생은 결코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렇게 끝나는가 했지만, 학생은 집에 가서 상담에 대해 불평했고, 학부모는 "내 자식만 혼자 남겨 상담했으니 학대"라고 항의했다.
#. 교사 B씨는 학부모들에게 개인 연락처를 준 후과를 받고 있다. 밤에도 사소한 사안으로 연락하는 건 약과고, 사생활까지 침해받아 힘들 정도다. 연락처를 통해 SNS활동까지 추적한 학부형은 "선생이 그렇게 남자친구랑 놀러다녀도 되나요"라는 말까지 했다.
교권이 존중받지 못하면서 교사들이 우울한 '스승의 날'을 맞이하고 있다. 학생 지도가 제대로 되지 않고, 학부모의 과도한 요구사항·민원에 시달리면서 사기가 떨어지는 풍경이다.
14일 각종 교원 단체 조사에 따르면, 상당수 교사들은 심각한 교권 침해를 뚜렷하게 체감하고 있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실시한 회원 설문조사에서는 '학교 현장에서 선생님의 교권은 잘 보호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응답자가 65.6%였다. 교직생활에서 가장 큰 어려움 1위로는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55.5%), 2위는 '문제행동, 부적응 학생 등 생활지도’(48.8%)였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의 현장교사 조사도 비슷한 결과였다. 교사의 학교 생활을 가장 힘들게 하는 요소로 ‘학부모의 비합리적인 민원’이 42.1%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교사를 무시하고 괴롭히는 학생들의 언행’이 23.7%이 뒤를 이었다.
학생과 교사의 관계가 피곤해지면서, 교사들이 스스로를 '스승'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직업인 정도로 여기고, 학생 지도에서 손을 놓는다는 한탄도 나온다. 교총 설문조사에서도 교권 하락으로 인한 가장 심각한 문제로 학생 생활지도 기피와 관심 저하가 50.8%로 나온 바 있다.
교육 당국은 교권 강화 정책을 내놓고 있다. 교육부는 교권 피해 교원을 보호하는 교원지위법의 시행령 개정을 진행한다고 이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도 세부적인 교사 보호 정책을 도입·시험하고 있다. 이번 2학기부터는 업무용 휴대전화를 교사에게 지급하고, 학교 민원처리시스템을 구축한다. 올해 들어서는 피해 교사를 위해 학교로 찾아가는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피해 및 소진교원 힐링캠프를 확대하는 중이며 학교통합지원센터-교육활동보호긴급지원팀-교원치유지원센터-교권법률지원단으로 이어지는 피해교원 지원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교사들은 당국의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사후처리뿐 아니라 예방 부문에 힘을 싣을 것을 주문했다. 교원과 학생, 학부모가 자신의 권리가 어디까지인지 모르니까 권리 침해가 일어난다는 문제의식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는 "다른 사람의 인권을 보장해야 자신의 인권도 보장되는 것"이라며 "교사·학생·학부모가 모두 교육권 주체로 온전하게 서도록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25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학교통합지원센터 컨설팅 지원단 발대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