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수시입출금 예금인 요구불예금이 지난 3월 역대 최대인 204조원을 기록하는 등 시중에 갈 곳 잃은 여윳돈이 늘자 유치를 위한 경쟁이 뜨겁다. 은행권은 주차하듯 잠깐만 맡겨도 이자를 지급하는 ‘파킹통장’ 특판으로 예수금 확보를 노린다.
15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3월 기준 시중 요구불예금은 204조2014억원으로 석 달 새 8조4000여억원 증가했다.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 증가와 여전한 부동산 규제로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은 내년 새로운 예대율(예수금 잔액 대비 잔액대출액 비율) 규제 적용을 앞두고 단기자산을 예수금으로 확보하기 위해 특별판매 상품을 출시중이다.
‘파킹통장’은 연 0.1~0.2%의 이자를 주는 일반 수시입출금 통장과 달리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연 1%대 금리를 지급한다. 수시로 돈을 넣었다 뺄 수 있으면서도 5000만원까지는 원금이 보장돼 손실 위험이 있는 증권사 머니마켓펀드(MMF)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보다 안정성이 높다.
SC제일은행 ‘마이줌통장’은 여유자금을 단기로 운용하고자 하는 수요에 맞춰 출시됐다. 지난 2017년 첫 출시 후 1개월 만에 수신 잔액 1조원, 4개월 만에 수신 잔액 2조원을 유치했다. 예치금은 100만원부터 10억원까지 고객이 직접 설정해 금액에 1.5%의 금리를 적용받는다.
SC제일은행의 다른 파킹통장인 ‘마이런통장’은 올해만 두 번째 출시해 오는 31일까지 가입자를 모집한다. 입금 건별 예치기간에 따라 30일 단위로 금리가 증가해 6개월 만기에 최고 연 1.8% 금리를 제공한다. 예금을 찾을 때 먼저 입금된 금액이 인출되는 선입선출 방식이 적용돼 출금 거래 건수가 적을수록 많은 이자를 챙길 수 있다.
광주은행도 지난달 30세 미만 개인과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머니파킹통장’을 출시했다. 3년 계약기간 동안 예금잔액 구간에 따라 1.6%포인트까지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연령대를 고려한 상품이기에 100만원을 초과한 잔액은 혜택을 제공하지 않고 기본금리를 받는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도 파킹통장을 선뵀다. 케이뱅크는 ‘듀얼K 입출금통장’을 통해 최대 1억원까지 계좌 내에 남길 금액을 설정하면 1개월 후 부터 1.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해당 입출금통장은 0.2%의 기본금리를 제공한다.
카카오뱅크는 계좌 속 잔고를 분리해서 관리할 수 있는 ‘세이프박스’를 파킹통장으로 두고 있다. 1000만원까지 한도 확대 가능하며 계좌 내에 하루만 설정해도 연 1.2%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장상황이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수요에 맞게 상품을 조절해 조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은행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