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반도체 제조 사업장에서 일하는 여성 근로자가 혈액암으로 사망할 위험이 전체 근로자 대비 백혈병은 2.3배, 비호지킨림프종(악성림프종)은 3.6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 백혈병 피해자 고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왼쪽 두번째) 반올림 대표가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위험의 외주화 금지 약속 파기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졸속 입법예고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2일 안전보건공단은 지난 10년간(2009~2019년) 반도체 제조업 근로자들의 암 발생과 사망 위험비를 추적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역학조사 결과 반도체 여성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에 비해 백혈병이나 비호지킨림프종의 발생과 사망 위험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백혈병의 경우 발생 위험은 전체 근로자 대비 1.55배, 사망 위험은 전체 근로자 대비 2.3배인 것으로 조사됐다. 비호지킨림프종의 발생 위험은 전체 근로자 대비 1.92배, 사망 위험은 전체 근로자 대비 3.68배로 나타났다.
안전보건공단은 역학 조사에서 혈액암 발생에 기여한 특정한 원인을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보다 유해물질 노출수준이 높았던 지난 2010년 이전 20대 여성 오퍼레이터(반도체 장비 운용 기술자)의 혈액암 발생과 사망 위험비가 높은 점과 다른 연구들에서도 유사한 암의 증가, 여성의 생식기계 건강이상이 보고되었다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작업환경이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있다.
제작=뉴스토마토
이번 조사는 지난 2007년 반도체 근로자들의 백혈병 발생 후 1년 만에 실시한 2008년 역학조사의 한계를 보완하고 충분한 관찰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실시됐다. 조사 대상은 반도체 제조업 사업장 6개사 전·현직 근로자 약 20만명이다.
특히 이번 추적 조사에서는 보다 정확한 평가를 위해 일반국민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건강할 가능성이 높은 집단 전체 근로자 대비 반도체 제조업 근로자의 암 발생 및 사망 위험비도 비교했다고 공단 측은 설명했다.
보고서에서는 반도체 제조업 사업장 근로자의 건강과 작업환경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반도체 제조업의 건강영향에 대한 추가 연구를 실시할 것 등을 권고했다.
이에 안전보건공단은 반도체 제조업 사업장에서 자율적인 안전·보건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니터링 하는 한편, 전자산업 안전·보건센터를 설립해 협력업체 및 중소업체를 포함해 반도체 등 전자산업에 대해 직무별 화학물질 노출 모니터링 시스템 등 위험 관리 체계를 운영할 계획이다.
박두용 공단 이사장은 “이번 반도체 역학조사 결과를 통해 국내 반도체 제조업의 암발생 위험을 관리하고 능동적 예방정책 수립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안전보건공단은 향후 업종별 위험군 역학조사를 활성화하여, 질병발생 전 위험을 감지하는 역학조사 본래의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