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이 '꿈의 무대'로 통하는 영국 웸블리 무대에서 6만 관객과 호흡했다. 퀸과 비틀스 등이 섰던 무대로, 한국 가수가 이 무대에 선 것은 국내 대중음악 역사상 처음이다. '21세기 비틀스'라는 현상을 그룹 스스로 증명해냈다.
1923년 개장한 웸블리 스타디움은 1924~1925년 대영제국 박람회장으로 쓰였다. 이후 월드컵과 올림픽 등 스포츠 경기장으로 활용됐다. 1972년부터는 음악공연장으로 사용됐다. 마이클 잭슨이 15차례 이 무대에 섰고 롤링스톤스(12차례), 마돈나(9차례), 엘튼 존(7차례) 순으로 이 무대에 섰다.
지난해 영국 밴드 퀸을 조명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마지막 장면의 배경도 이 무대다. 1985년 세계적인 자선 콘서트 '라이브 에이드'가 이 곳에서 펼쳐졌다. 비틀스, 오아시스, 콜드 플레이, 핑크 플로이드, 비지스, U2, 본 조비, 클리프 리처드, 비욘세, 에드 시런 등이 이 무대를 거쳤다. 이 무대에 오른 다는 건 역사적으로 세계적인 스타임을 입증하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방탄소년단(RM(25), 슈가(26), 진(27), 제이홉(25), 지민(24), 뷔(24), 정국(22))은 1일 한국가수 최초로 이 무대에 섰다. 그룹의 영국 공연은 지난해 오투(02) 아레나 이후 두 번째다. 이날과 2일 양일간 각각 6만명씩, 총 12만명이 이 곳에 집결한다. 지난해 투어 당시 2만명에서 약 6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한국시간으로 2일 새벽 3시30분 경 무대에 선 방탄소년단은 '디오니소스'로 무대를 시작했다. 고대 그리스 신전을 재현한 대형 세트에서 6만 아미(방탄소년단 팬덤 명칭)들의 환호 속에 퍼포먼스를 펼쳤다.
공연은 네이버 V라이브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 됐다. 리더 RM은 영상을 보고 있는 한국 아미들을 상대로 “한국에서도 잘 보고 계시죠”라고 말했다. 채팅창과 각종 소셜미디어 상에는 웸블리 콘서트를 보고 있다는 인증글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이어 그룹은 '낫 투데이'를 시작으로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메이크 잇 라이트(Make It Light)', '쩔어', '뱁새', '불타오르네', '아이돌', '페이크 러브'(Fake Love) 등 24곡을 2시간 40분 동안 이어갔다. RM의 '트리비아 승: 러브', 정국의 '유포리아' 등 멤버별 특색있는 솔로무대도 꾸며졌다.
슈가는 한국말로 "드디어 웸블리다. 사실 TV로만 봤는데, 런던은 항상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주는 것 같다”며 "오늘을 절대 잊지 말아주시면 좋겠다. 웸블리 생큐 소 머치, 아이 러브 유!”라고 했다.
진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봤다"며 영국 밴드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1946~1991)의 ‘에오!’ 퍼포먼스를 흉내냈다. 6만 아미가 따라하며 화답했다. RM은 “콜드플레이, 비틀스 폴 매카트니 등 위대한 뮤지션들이 공연한 웸블리 무대에 설 수 있어 영광”이라며 “여러분은 우리가 이 일을 계속해도 된다는 살아있는 증거다. 앞으로도 여러분을 위해 노래하겠다"고 약속했다.
방탄소년단은 2일 웸블리에서 한 차례 공연을 갖는다. 오는 7∼8일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투어를 잇는다.
영국 웸블리 방탄소년단의 무대. 사진/뉴시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