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K컬처가 한국적인 것과 세계적 트렌드의 융합으로 성공했듯이 한류 열풍을 타고 새 시장에 진출하는 국내 도소매 상품도 현지화된 적절한 조화가 성공과제로 꼽힌다.
이미 해외 각지에 진출해 있는 선도기업이 그러한 벤치마킹 사례를 만들고 있다. 주류업계는 중국을 벗어나 동남아로 눈을 돌렸다. 특히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주류업체는 높은 도수를 선호하는 동남아 국가 소비자의 선호도를 파악해 소주를 내세웠다. 동남아 국가에서 맥주를 제외한 보드카, 럼, 위스키가 주류를 이루는 기존 증류주 시장의 대체재로 소주를 활용한 것이다. 동남아의 거점으로 삼은 베트남의 지난해 소주 수출액은 처음으로 500만달러를 돌파했다.
하이트진로가 베트남에서 운영하는 '진로포차' 내부. 사진/하이트진로
최근 성장하는 동남아 지역의 핵심 소비층인 무슬림도 적극적인 공략 대상이다. 동남아에는 전 세계 무슬림 인구의 60% 이상이 산다. 식품업계는 무슬림 시장의 특성을 반영해 할랄(Halal) 인증 식품으로 현지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할랄 인증은 무슬림이 먹거나 사용할 수 있도록 이슬람 율법에 따라 만든 식품과 공산품 등에만 부여하는 제도다.
라면업계는 매운 음식을 즐겨 먹는 선호도에 주목해 할랄 인증을 받은 매운맛 라면을 동남아에 출시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등 불닭 시리즈 9종 모두를 포함해 총 30종에 이르는 제품을 말레이시아에 수출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말레이시아 대표 식품업체 마미 더블 데커와 합작 법인을 설립한 후 현지에서 '대박라면'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대상은 조미김 3종, 시즈닝김 2종, 대두유, 옥배유, 인스턴트커피 등 8개 제품에 대해 인도네시아에서 할랄 인증을 받았다. 특히 현지 소비자에게 더 친밀감을 주기 위해 인도네시아어로 패키지를 제작한 전용 제품 '마마수카(Mamasuka)' 브랜드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외식업계는 매장을 직접 운영하는 형태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형태를 병행하기도 한다. 마스터 프랜차이즈는 직영과 달리 현지 업체에 기술과 역량을 제공하고, 로열티를 받는 형태다. 업계는 가장 큰 시장인 중국에서의 경우 마스터 프랜차이즈 형태를 적절히 활용하고, 현지 사업에 능한 파트너사와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중국은 광활한 면적만큼이나 지역별로 사업 환경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뚜레쥬르는 중국에서 직영 형태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형태를 병행하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충칭, 텐진 등 5개 대표 도시에서는 직영으로, 쓰촨, 허난 등 중국 11개 성과 자치구에서는 마스터 프랜차이즈로 매장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뚜레쥬르는 전체 글로벌 매장의 절반 정도인 170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등 중국에서 가장 활발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국내 베이커리 브랜드 중에서는 중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에 진출해 있기도 하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의 사업은 파트너사의 사업 능력에 주로 영향을 많이 받는다"라며 "유능한 파트너사를 만나면 매장 확대 속도도 빨라지는 등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사업이 더디거나 심지어는 철수에 이르기도 한다"라고 조언했다.
화장품업계는 현지인의 니즈를 간파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해 효과를 보고 있다. 미샤는 지난 2006년 일본에 진출한 후 비비크림의 폭발적인 인기로 2012년 매출액 290억원을 넘는 등 성과를 거뒀지만, 이후 한류의 약세, 내수 침체, 엔저 등 악재로 내리막을 걸었다.
하지만 미샤는 2015년 4월 'M 매직쿠션'을 론칭하면서 반전에 성공했다. 당시만 해도 쿠션 형태의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이 없던 일본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안기면서 입소문을 타고 판매가 늘기 시작했고, 그해 일본 최고의 화장품 포털인 엣코스메(@코스메)에서 리퀴드파운데이션 부분 평가에 2위에 올랐다. 이 제품은 현재 매년 300만개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토니모리가 미국 시장에서 선보인 '아임리얼 마스크 시트'는 일반 사각 마스크 시트 파우치와는 다른 형상 파우치로 현지 소비자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제품은 마스크 시트 개념이 없었던 미국 소비자에게 간편하게 피부 관리할 수 있는 특징이 주효했다.
신세계푸드 '대박라면'이 판매되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대형마트. 사진/신세계푸드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