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초원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1.75%로 동결한 가운데, 지난달 전체회의 당시 소수의견을 주장한 조동철 금통위원 외에도 '숨은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가 한 명 더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하반기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 목소리가 더욱 부각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은행으 18일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공개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열린 금통위 전체회의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은행이 18일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금통위 전체회의에서 한 위원은 "최근 실물경기와 물가추이를 고려할 때 기준금리의 인하가 적절한 상황"이라며 "다만 예고 후 정책기조를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차원에서 이번 기준금리는 현 수준에서 동결하고 다음 통화정책방향결정 회의에서 25bp(0.25%) 인하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우리 경제의 실물측면을 살펴보면 대외적으로는 세계경제의 성장세 둔화흐름이 지속되고, 미중 무역분쟁의 심화로 부정적 전개가 확대됐다"며 "대내적으로는 1분기 경제성장 실적치가 예상보다 낮게 나타남에 따라 경제성장세의 둔화폭이 예상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경기의 추이를 반영해 우리나라의 수출과 투자는 이미 작년 말부터 조정이 진행되는 모습"이라며 "현재 우리 경제의 성장경로가 4월 조사국 전망인 2.5%에 부합되는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앞서 조동철 위원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를 주장하며 유일한 소수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었다. 실제 의사록을 보면 조 위원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방향으로 의결문을 작성하는 것에 대해 명백히 반대의사를 표시하고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했다.
그는 전체회의 과정에서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은 가운데 경제의 하방위험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민간부문의 경기 하락 및 물가상승률 둔화추세를 완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현 시점에서 볼 때 2.5%의 성장률과 1.1%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예상한 지난 4월의 조사국 전망에는 작지 않은 하방위험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와 같은 전망이 실현되는 경우를 가정하더라도 1.50%의 기준금리가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경제의 하방위험이 실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 변경을 지체할 경우 실업률 상승과 가동률 하락 등 유휴자원 확대에 따른 경제·사회적 손실은 누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다른 4명의 위원들은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75%로 유지하고 향후 상황 전개를 좀 더 지켜보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국내 경제 성장의 하방리스크가 커지고 있지만, 성장과 물가흐름은 지난 4월 전망에 부합하는 쪽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만 신인석 위원은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데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의결문안의 '국내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했다. '사실상 금리 인하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다음 금통위에서 인하하자'는 의견을 제시한 위원 또한 신 위원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신 위원은 조 위원과 함께 대표적인 비둘기파 금통위원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금통위 의사록을 통해 사실상 2명이 금리인하를 주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이주열 총재는 한은 창립 제69주년 기념사에서 통화정책에 대해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언급해,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정초원 기자 chowon61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