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리베이트 쌍벌제 앞두고 외식·주류업계 온도차

프랜차이즈협회 "처벌 유예기간 필요" 의견서 제출

입력 : 2019-06-20 오후 3:37:3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그동안 주류 공급 과정에서 관행적으로 발생한 리베이트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받은 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 다음 달 시행되는 것에 대해 외식업계가 시장의 어려움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반대로 주류 도매업계와 제조업계는 공정한 거래가 확립될 수 있다면서 찬성하고 있다.
 
20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지난 19일 '주류 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개정안에 관한 의견서를 국세청에 제출했다. 협회는 다음 달 1일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회원사와의 긴급 간담회를 거쳐 '주류 가격 인하 등 추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고시된 개정안만으로는 크게 미흡하다고 판단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협회는 "주류 제조사와 주류 판매면허자 간의 판매장려금 지급을 금지하고, 도매 공급가격을 같게 하도록 한 내용은 휴대폰 제조사와 통신사의 판매보조금을 금지한 단통법과 다름이 없다"라며 "휴대폰 시장에서 볼 수 있듯이 주류 판매장려금 금지는 주점의 '1+1 할인',  편의점의 '4캔 1만원' 등 판매 프로모션을 불가능하게 해 사실상 주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 고시 개정안이 시행되면 주류 도매상과 영세 창업자 간의 이른바 '주류대여금'이 완전히 불가능해진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주류대여금을 이용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은행 등 제1금융권의 대출 문턱은 턱없이 높고, 제2금융권의 금리는 너무 높기 때문"이라며 "주류대여금은 주점뿐만 아니라 치킨, 고기 등 주류 판매가 허용되는 거의 모든 외식 시장의 오랜 창업 자금줄로 자칫 시스템 붕괴까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주류업계의 특수한 경제 상황으로 인해 수십년간 진행된 오랜 관행을 하루아침에 바꾸려는 것은 무리이고,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라며 "과거 정부는 의료·제약업계의 리베이트를 금지하면서 1년간의 유예기간을 줬다"라며 "주류 고시 개정은 채 한 달도 안 되는 입법 예고기간을 거쳐 7월1일부로 시행될 예정인데, 업계의 충격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유예기간은 필요하다"라고 요청했다.
 
주류업계는 그동안 위스키 등 차별적 리베이트 지원 규모를 공급가의 10%~20%, 많게는 40% 정도까지 추정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리베이트를 제공한 자와 받은 자를 모두 처벌하는 쌍벌제를 포함하고 있다. 다만 정상적 영업 활동과 소상공인 지원, 신규 사업자 진입 장벽 완화 등 현실을 반영해 예외적으로 금품 제공을 허용한다.
 
위스키 등 RFID(무선인식) 적용 주류를 주류 도매업자에게 제공하는 경우에는 해당연도 공급가액의 1%, 유흥음식업자에게 제공하는 경우에는 해당연도 공급가액의 3% 범위 안에서 금품이 허용된다. 또 냉장진열장으로 제한한 내구소비재를 제공받을 수 있는 유흥음식업자를 신규 사업자에서 기존 사업자로 확대했다. 술잔, 앞치마, 얼음통 등 영업 활동에 직접 소모되면서 단위당 가액이 5000원 이하인 소모품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그동안의 불공정과 변칙을 바로잡아 주류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큰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중앙회는 "주류 공급과 관련해 판매장려금을 지급하는 행위는 일체 금지돼 왔다"라며 "하지만 업계에는 암암리에 또는 관행적으로 그동안 무자료 거래, 덤핑, 지입차 등과 같이 거래 질서를 문란케 하고, 탈세로 이어질 수 있는 행위가 있던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비어소믈리어협회는 "바잉 파워가 절대적인 편의점의 의지와 반대로 가격을 형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주류업계에서는 편의점 맥주의 공식처럼 여겨지는 '4캔 1만원'을 없앨 이유도, 없앨 수 있는 여지도 없다고 입을 모은다"며 " 기존에는 주류 거래금액의 5%에 해당하는 경품 제공 또는 가격 할인만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었으나, 이번 개정 고시로 이 범위는 10%까지 확대돼 직접적 혜택으로 직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모호했던 규정이 대폭 개정되고, 공정한 룰이 마련됐다고 생각한다"라며 "앞으로 관련 업체들이 철저히 준수해 공정한 경쟁을 펼치면 장기적인 시각에서 국내 주류 유통 시장이 한층 발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결과적으로 제조업체의 품질 향상을 도모하고, 소비자의 만족도와 선택권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덧붙였다.

서울의 한 마트 맥주 진열대.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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