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전매차익을 노리고 당첨 확률이 높은 청약통장을 사들여 집값 상승을 부추긴 일당이 적발됐다. 서울시는 청약통장 불법 거래 브로커와 청약통장 양도·양수자 22명을 주택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22명 중 양수자 1명을 구속하고 검찰에 송치했으며, 구속영장이 발부된 브로커 2명은 신병확보를 위해 추적 중이다.
이번에 적발된 청약통장 불법 브로커들은 서울 지역 곳곳에 ‘청약저축·예금 삽니다’라고 적힌 전단지를 뿌려 통장을 모집하고, 통장을 사는 자들과 연결시켜 주며 청약통장 양수자로부터 소개비 명목으로 건당 수백만원의 알선료를 챙겼다.
이들을 검거하는 데는 국토교통부의 수사의뢰가 큰 역할을 했다. 국토교통부는 2018년 2월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성이 관악구 지역에 ‘청약통장 삽니다’라는 전단지를 붙여 광고하며 청약통장을 사들이고 있다고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에 수사를 요청해왔다.
브로커들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특정한 사무실 없이 커피숍, 은행 등에서 거래를 시도하고, 실존하지 않는 외국인 명의의 선불폰을 이용하거나 거래자금을 현금으로 수수하는 등의 치밀함을 보였다.
아파트 청약에 유리한 조건이어야 거래가 성사되기 쉽기 때문에 청약부금·청약저축을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전환시키거나, 통장 예치금액을 1000만원 또는 1500만원으로 추가 불입했으며, 청약통장 가입자가 세대주인 경우만 청약신청이 가능하기에 가짜 세대주로 만들기 위해 실제 거주하지 않는 주소지로 위장전입시키는 대담한 수법까지 동원했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에 브로커들이 적발된 이후에도 이들의 알선을 통해 청약통장을 구입한 자들은 아파트 시장 광풍을 타고 일명 로또 아파트에 당첨 될 때까지 청약한 사실이 드러났다. 청약통장 양수자들은 아파트에 당첨되면 분양권에 웃돈을 얹어 되팔며 수천만원의 전매차익을 챙겼다.
실제로 A씨(70·남)는 2003년 가입한 청약저축 통장을 가지고 있었는데, 불입액이 750만원에 불과해 가입기간 대비 적은 불입액으로 청약에 불리했다. 그러자 브로커들은 A씨 통장에 1000만원을 추가로 불입해 납입인정 회차를 175회(총 불입액 1750만원)로 늘리고, 이를 B씨가 구입하도록 알선했다.
B씨는 A씨의 청약통장을 이용해 공공분양 아파트에 당첨되었고, 이후 A씨는 위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지난 올해 4월경 4500만원의 프리미엄을 받고 분양권을 전매했다며 거래신고를 했다. 그러나 위 아파트 분양권은 당시 최소 1억원 이상의 프리미엄이 형성되어 있었던 만큼 A씨가 프리미엄 4500만원에 분양권을 거래했다고 신고한 것은 양도세를 낮추기 위해 실거래가를 숨기고 다운계약서를 썼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을 투기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일부 투기 세력에 의해 주택 실수요자들이 아파트에 당첨될 기회가 줄어들게 되고, 주택 가격에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됨으로써 결국에는 집값 상승이라는 사회적 문제로 이어졌다.
청약통장 거래는 양도자·양수자·알선자는 물론 양도·양수 또는 이를 알선할 목적으로 광고한 자가 모두 처벌대상이고, 주택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의 3배에 해당하는 금액이 3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 이익의 3배에 해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이 가능하다. 불법 거래된 청약통장으로 청약해 당첨되더라도 이 사실이 발각될 경우 해당 주택공급 계약이 취소되거나, 최장 10년까지 청약자격이 제한될 수 있다.
서울시가 20일 공개한 불법 청약통장 모집 광고 전단지. 사진/서울시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