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올 상반기 개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 대다수의 주가는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량으로 팔아치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기아차 등은 실적 개선 기대감으로 주가가 올라 또 한번 '개미' 투자자의 한계를 드러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첫 8조원의 매출 기록에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는 서프라이즈 실적을 보여줬다. 이는 MLCC(적층세라믹콘덴서)의 성장 덕분이다. MLCC는 ‘산업의 쌀’로 불리는 핵심 전자부품으로,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 부품에 필요로 하는 만큼 전기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올해도 삼성전자 갤럭시노트10과 중화권 스마트폰 업체로 MLCC 공급 물량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IT기기 수요둔화, MLCC 가격 하락, 더딘 물량 회복으로 실적 예상치가 낮아졌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실적은 상반기보다 개선될 전망”이라면서도 “다만 미국 무역분쟁 지속과 스마트폰 수요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개선폭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주가도 올해 초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지난주 9만7800원으로 마감했다.
개인이 많이 사들인 종목 한국전력과 S-Oil도 올초 대비 각각 22%, 13% 하락한 상황이다. S-Oil은 2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했고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 등 정책 리스크에 발목을 잡혔다. 순매수 4위와 5위를 기록한 이마트와 롯데쇼핑의 주가 낙폭은 더 심하다. 이마트는 27일 장중 52주 신저가인 13만8500원을 찍었다. 올해 초 주가 약세에도 20만원 선은 지켰던 롯데쇼핑은 지난달 30일 상장 후 최저가인 15만6000원까지 추락한 후 27일 간신히 16만원에 턱걸이하고 있는 상태다.
반면 개인이 대량으로 매도한 종목인 삼성전자(2조3070억원)와 SK하이닉스(1조830억원)는 상황이 반대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연중 저점인 3만8650원을 기록한 이후 어느 정도 회복했다. 지난주엔 4만7000원으로 마감, 지난 4월에 기록했던 올해 최고가 4만7500원에 바싹 다가섰다. SK하이닉스도 올초 대비 14%가량 상승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해 “스마트폰 사업의 수익성은 당초 예상보다 좋지 않지만 점유율 상승으로 내년에는 이익이 증가할 수 있을 전망”이라며 “외부환경은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제품 경쟁력으로 실적은 저점을 통과 중”이라고 밝혔다.
기아차는 최근 성공적으로 출시한 대형 SUV 텔루라이드의 선전과, 하반기 기대주인 소형 SUV 셀토스, K5 등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3월부터 미국 판매가 시작된 텔루라이드는 뚜렷한 수요 호조로 출시 이후 두 번 증설이 단행됐다“며 ”연간 미국 내 판매계획은 초기 3만5000대에서 조금씩 늘어 현재 7만대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간 카카오와 LG전자도 각각 광고매출과 가전사업 부문의 성장으로 실적 개선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비즈보드(채팅탭 광고) 광고를 진행하고 있으며 본격적인 광고 판매를 진행 중이다. 추가로 카카오뱅크 대주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소식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창권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법제처가 김범수 의장을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금융위원회가 신규 증권사들에게도 종합증권사 인가를 허용한다고 밝혀 카카오페이의 다양한 핀테크사업 진출에 긍정적인 변수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