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의 국내 품목허가가 결국 취소됐다. 코오롱 측이 예고한 행정소송을 비롯해 처방 환자 및 소액주주의 손해배상 소송 등 여전히 과제는 산적해 있지만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업계는 이를 두고 최근 암울한 분위기인 제약·바이오 분야 최대 악재가 해소됐다며 안도하는 반면 업종 신뢰도 하락 및 관련 규제 강화 우려를 표하는 반응도 있다.
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행정처분정보 공지를 통해 인보사의 제조·판매 품목 허가를 최종 취소 결정했다. 허가 취소 사유는 주성분 2액이 연골유래세포가 아님에도 2액을 연골유래세포로 품목허가 신청해 허가를 획득한 점과 허가받은 내용과 달리 안전성·유효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국민 보건에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신장유래세포가 포함된 의약품을 제조·판매한 사실 등이다.
이에 코오롱 측은 앞서 입장을 밝힌 것처럼 행정소송을 제기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품목허가 최종 결정 이후 입장문을 통해 "청문절차에서 인보사의 안전성과 유효성, 착오로 인해 당사가 제출한 품목허가신청 서류에 인보사 2액의 성분유래에 대한 기재가 사실과 달랐으나 고의적인 조작이나 은폐는 결코 없었다는 점을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식약처가 품목허가취소를 결정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며 "행정소송 제기를 통해 식약처의 품목허가취소처분이 과연 적법한지 법원의 판단을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에서 시장 퇴출이라는 오명을 안게 된 인보사는 허가 취소 외에 다양한 후폭풍을 불러온 상태다. 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은 당장 회사의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고, 코오롱생명과학을 비롯한 그룹 전체의 신뢰도 역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밖에 기존 투약환자 및 소액주주들이 준비 중인 손해배상을 비롯해 회사와 주요 임원들을 향한 고소·고발 등 다가올 악재들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기존 투약환자들의 장기추적 조사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 역시 부담이다. 식약처 고발사건의 경우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가 티슈진 임원들을 소환 조사하는 등 본격화되며 압박 강도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최종 발표만 남겼을 뿐, 허가 취소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였던 만큼 업계는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그 여파를 둔 해석은 다소 갈리고 있다. 최근 제약·바이오업계 최대 악재로 작용했던 인보사의 불확실성이 일단 제거됐다며 반색하는 반면, 업계 전반에 걸친 신뢰도 하락과 '규제를 위한 규제' 강화 기조에 무게가 실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섞였다.
업계 관계자는 "허가 취소가 최종적으로 결론 난 만큼 식약처가 지난 5월 예고한 재발방지 및 제도 개선을 위한 움직임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며 "당초 허술했던 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던 만큼 재발 방치책은 규제 강화로 가닥을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분식 회계 이슈 등으로 암울한 하반기 보냈던 제약바이오업계 분위기는 연초 유한양행 대규모 기술이전을 비롯한 호재에 반등 기미를 보였지만, 여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 인보사 사태"라며 "제약·바이오 업종 최대 악재가 불확실성으로 꼽히는 만큼 가장 큰 불안요소가 해소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의 품목 허가 취소가 최종 결정된 가운데 업계 반응은 호재냐 악재냐를 두고 갈리는 분위기다. 서울 강서구 소재 코오롱생명과학 사옥 전경.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