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100일' 맞았지만…커버리지·콘텐츠 확보는 '진행중'

5G폰으로 ‘LTE 우선모드’ 사용…VR·AR에 아직 반응 미미

입력 : 2019-07-08 오후 1:40:01
[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5세대(5G) 통신이 상용화한 이후 LTE(롱텀에볼루션)보다 빠른 가입자 증가 추세로 이목을 끌고 있지만 풀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쌓여있다.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미국과 세계 최초 5G 타이틀 경쟁에 몰두해 먼저 5G 단말기를 구매한 소비자들만 피해를 입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지난 4월3일 서비스를 시작한 5G는 오는 11일 상용화 100일째를 맞이한다. 이통사들은 5G 상용화 이후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이며 가입자 확보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 상용화 69일만인 지난 6월10일 가입자 100만을 돌파했다. 이는 LTE보다 빠른 속도다. LTE는 2011년 7월1일 상용화 이후 172일만인 12월19일 가입자 100만을 넘어섰다. 
 
100만명 이상의 가입자들이 5G 스마트폰을 구매했지만 'LTE 우선모드'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5G 모드로 사용해도 5G 전파가 잘 잡히지 않아 중간에 인터넷이 끊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5G 커버리지(도달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이통사들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현재 이통사들은 NSA(5G·LTE 혼용)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5G와 LTE간 전환도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않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가령 5G 모드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다가 자동차 운행 중 내비게이션이 멈춰버리거나 시청 중이던 고화질 동영상이 끊기는 등의 사례가 이어졌다. 이통사들은 우선 수도권과 광역시 등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5G 커버리지 확대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실내에서도 5G를 사용할 수 있도록 인파가 몰리는 대형 쇼핑몰 등을 중심으로 실내 5G 기지국도 설치 중이다. 
 
SK텔레콤 직원이 서울의 한 5G 기지국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이통사들은 5G망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5G 콘텐츠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이 또한 걸음마 단계다. VR은 머리에 쓸 수 있는 HMD(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가 있어야만 즐길 수 있는 것이 걸림돌이다. 가격도 아직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KT가 이달 초 선보인 '슈퍼 VR' 단말기의 기기값은 45만원, 월 구독료는 8800원이다. 5G 글로벌 표준 선정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동통신표준화기술협력기구인 3GPP에서 국내 이통사들이 5G 표준 제정을 주도하고 있지만 5G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 명확한 표준이 아직 없는 셈이다. 5G 시대에 가전·자동차·공장 등에서 각종 사물인터넷(IoT) 기기들이 연결돼 데이터를 주고받지만 해킹에 대비한 보안 준비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5G 스마트폰을 구매한 소비자들도 아직은 LTE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와 크게 다른  사용자 경험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통사들이 5G 스마트폰에 공시지원금을 집중하고 5G 요금제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단순히 최신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는 셈이다. 
 
박진호 숭실대 소프트웨어학부 교수는 "5G의 커버리지·콘텐츠·표준·보안 등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상황에서 5G 상용화가 이뤄져 먼저 단말기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상용화 이후 나온 과제들을 전체적으로 되돌아보고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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