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 안 가!"…불매 운동에 LCC 노심초사

일본노선 매출 대형항공사의 2~3배
항공권 취소 등 수요 축소 분위기…"당장 타격 없지만 장기전 우려"
동남아 소도시·러시아 등 노선 다변화 움직임

입력 : 2019-07-08 오후 4:01:47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일본의 이른바 '경제보복' 사태로 국내 소비자들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일본 노선 수요 감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 여행객들이 온라인에 일본 여행 취소 인증 사진까지 올리며 불매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선 만큼 당장 타격은 없더라도 안심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LCC에서는 동남아 소도시, 러시아 등으로 노선을 다변화하면서 장기전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8일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일본이 반도체 핵심 부품 한국 수출 규제에 나서자 일본 여행을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취소한 항공권 인증 사진과 함께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응해 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일본은 한국인들의 인기 여행지로 LCC 취항으로 접근성이 높아지고 항공 가격은 낮아지면서 2011년 이후 꾸준한 관광 수요 성장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정점을 찍은 후 최근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일본에 입국한 한국인은 325만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줄어든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제 불매운동까지 확산되며 LCC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국내 LCC들의 매출 중 상당 비중이 일본 노선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전체 매출 중 25.6%, 티웨이항공은 30.9%를 일본 노선에서 벌어들인다. 진에어의 경우 일본 노선 매출 비중이 24%를 차지하고 있다. 대형항공사들의 일본 노선 매출 비중이 10%대인 것과 비교하면 일본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불매 운동이 번지면서 LCC 업계의 타격이 예상된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사진/뉴시스
 
국가별 노선으로 따져도 LCC들의 일본 노선은 월등히 많다. 제주항공은 국제선 68개 노선 중 22개 노선이 일본을 오가는 노선이며, 티웨이항공은 53개 노선 중 23개, 진에어는 21개 노선 중 6개 노선이 일본 노선이다.
 
LCC 업계는 당장은 일본 항공 티켓 취소가 많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취소 표가 많아 매출에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다"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전으로 가면 일본 여행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는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불매운동도 우려되지만 추가 제재로 거론되는 비자 발급 제한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항공 티켓 판매는 정치·사회 이슈보다는 법적인 제재나 자연재해 등의 영향을 더 많이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아직 피해는 없지만 일본 여행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일 감정까지 커지면 일본 여행 수요 자체가 결국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항공 티켓의 경우 구매 취소 시 수수료가 발생해 수요에 당장은 변화가 없겠지만 반일 감정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경우 신규 티켓 수요는 줄어들 수 있다. 올 2분기 LCC들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영업이익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불매운동으로 하반기까지 실적 악화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일본으로 쏠린 노선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LCC 업계 관계자는 "당장 일본 슬롯을 줄이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LCC들도 덩치가 커지며 동남아 소도시, 러시아 등으로 노선을 다변화하려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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