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시가 차 없는 거리를 확대하고 자전거 하이웨이를 구축하는 ‘박원순 교통방정식’으로 교통정책을 전환한다. 보행자 우선과 자전거도로 확보라는 흐름 속에서 교통체증을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을지 관건이다.
서울시는 도로·교통 정책을 수립할 때 차도를 먼저 확보하고 공간이 남으면 보도를 만드는 산업화 시대 오랜 공식을 완전히 뒤집는 ‘보행친화도시 신 전략’을 가동하겠다고 15일 밝혔다. 보행과 자전거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이후 순위로 나눔카, 전동휠 등 친환경 미래형 교통수단과 노상주차장, 가로공원 등을 고려하고 나머지 공간을 차도에 할애하는 내용이다.
중남미를 순방 중인 박원순 시장은 14일 오후 2시<현지시간> 1982년 시작해 지구상에서 가장 큰 규모의 차 없는 거리인 콜롬비아 보고타의 ‘시클로비아(Ciclovia)’ 현장을 방문해 ‘사람 중심의 자전거 혁명’을 선언했다.
서울시 교통정책 전환의 한 축은 서울을 사통팔달로 연결하는 ‘자전거 하이웨이(CRT)’다. 기존의 자전거 도로망이 차도 옆 일부 공간을 할애한 불안한 더부살이 형태였다면, CRT 구상은 차량, 보행자와 물리적으로 분리된 자전거만을 위한 별도의 전용도로 시설이란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지상구조물이나 도로 상부 등 혁신적 공간 활용으로 캐노피형 CRT, 튜브형 CRT를 만들고 도심 속 녹지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는 그린카펫 CRT를 조성해 연구·시행과정에서 도시 구조물의 특색에 부합하는 형태로 추진한다. 한강교량을 활용한 테마가 있는 자전거도로망과 5개 생활권 자전거 특화지구도 조성한다.
자전거가 차량과 분리되어 빠르고 안전하며 쾌적하게 달릴 수 있는 자전거만의 전용도로 시설물을 설치한다는 구상이다. 항구 위 공간에 만든 코펜하겐의 자전거 고가도로 ‘사이클 스네이크(Cycle Snake)’, 열차 지상역사 상부 공간을 활용해 건설 예정인 런던의 ‘스카이 사이클(Sky Cycle)’처럼 서울에도 사통팔달 자전거 간선망을 구축한다. 서울시는 올 하반기 3억원을 투입해 타당성 용역을 실시하고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지점·구간별로 구체화할 예정이다.
‘차 없는 거리’도 전면 확대한다. 관광·쇼핑객으로 보행 수요가 많은 이태원 관광특구나 남대문 전통시장 등을 ‘차 없는 존(Zone)’으로 특화 운영한다. 추후 코엑스 주변 등 강남지역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잠수교, 광진교 등 한강교량도 정례적으로 ‘차 없는 다리’로 운영한다.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차 없는 거리도 신촌 물총축제 등 주요 행사와 연계해 관광 명소화 한다.
문제는 여전히 교통의 가장 큰 몫이 차량이라는 점이다. 박원순 교통방정식(보도형)을 편도 4차로에 적용하면 가장자리 힌 차로는 자전거도로, 한 차로를 노상주차장에 배분한다. 차량 통행 가능한 차로가 4차로에서 2차로로 줄어드는 셈이다. 자전거 하이웨이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지역에 동시다발적으로 사업이 추진될 경우 교통체증이 불가피하다. 차 없는 거리 확대도 운영결과에 따라 지역·단계별 확대를 하지 않은 경우 이태원·남대문 등 유동인구 많은 지역에 교통난만 가증시킬 우려가 높다.
자전거도로의 지나친 확대는 오히려 보행자와 부딪히는 측면이 존재한다. 서울시는 자전거도로 높이를 차로 높이였던 이전과 달리 보도높이로 맞춰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보행로를 교행하는 자전거와 전동휠 등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인해 보행자 사고가 급증하는 추세다. 보행자 안전사고 대책과 안전 규정과 제재방안이 뒤따라야 보행친화도시는 실현 가능하다.
박원순 시장은 “차로를 줄여야 하는 것 때문에 시민 불만 있을 수 있지만 미세먼지가 심각한 상황에서 시민들을 위한 본질적 조치가 요구되기 때문에 차선을 줄이는 것을 과감하게 할 생각”이라며 “올해에 마스터플랜을 만들고 예산을 편성해서 내년엔 상당부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중남미를 순방중인 박원순 시장은 14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보고타의 ‘시클로비아(Ciclovia)’ 현장에서 보고타 시민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있다. 사진/서울시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