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국내 바이오업계 숙원으로 꼽혀온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법(첨생법) 통과가 또 한번 국회 문턱에서 좌절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2소위원회 통과가 이뤄져, 이어질 전체회의 역시 무난한 통과가 전망됐지만,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전체회의 보이콧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정됐던 법사위 법안심사 전체회의는 두 정당 소속 위원들의 보이콧에 파행됐다. 이에 따라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의 상정 역시 불발되며 국회 본회의로 넘어가지 못했다.
김도읍 법사위 간사(자유한국당)는 이날 오후 더불어민주당 소속 위원들이 대기 중인 전체 회의장에 등장해 "법사위 이후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절차를 무시하고 통과시킨 법안만 처리하려는 시도가 있다고 한다"라며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은 본회의에서 이와 관련된 3당 합의가 있을 때까지 전체회의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라며 회의 불참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약 3년을 기다려온 첨생법 국회 통과는 또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첨생법은 재생의료 분야 바이오의약품을 최초로 제도 범위에 포함
, 통합적으로 산업을 육성 및 관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법안이다
. 희귀질환 치료를 위한 바이오의약품 우선 심사를 비롯해 개발사 맞춤형으로 진행되는 단계별 사전 심사
, 유효성이 입증된 경우 조건부 허가
(암 또는 희귀질환 한정
) 진행 등이 주요 내용이다
.
때문에 통과 시 기존 화학의약품과는 상이한 개발 체계에도 불구, 약사법에 따른 분류에 제도적 혜택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줄기세포 또는 이종장기 등의 기술을 활용해 신약 개발 바이오기업들의 수혜가 기대된다. 화학의약품에 비해 복잡한 구성 물질 탓에 기존 규정에 따른 약효 입증이 쉽지 않았지만, 맞춤형 별도 기준이 마련되면 허가가 한층 용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적응증에 따라 신속한 시장 진입이 가능한 조건부 허가 역시 가능해진다.
업계는 첨생법 통과 시 신약 개발 기간이 최대 4년 앞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유망 기술을 보유했음에도 대형 제약사에 비해 영세한 자금 규모 탓에 오랜 기간과 비용이 투입되는 신약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바이오벤처 입장에선 단비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비록 법률안 조율 과정에서 암과 감염병, 희귀질환 등 기존에 이미 조건부허가 규정이 있는 질환들만 재포함 돼 수혜범위가 제한되긴 했지만 관련 기술을 활용한 치료제를 개발 중인 기업들의 개별 호재는 물론, 최근 잇따른 악재에 침체된 업계 분위기에 반등이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하지만 이날 파행을 비롯해 첨생법 통과를 향한 과정은 순탄치 않은 편이다. 지난 2016년 김승희(자유한국당)·전혜숙(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이어 2017년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 2018명 이명수 의원(자유한국당)이 줄줄이 관련 명칭만 바꿔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안정성에 대한 우려에 계류를 반복하며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4월에는 법안위가 첨생법과 혁신의료기기법, 체외진단기기법 등 '바이오규제 3법'을 통과시키며 가까스로 국회 문턱을 넘는 듯 했지만, 곧바로 터진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성분 변경 사태 유탄을 맞으며 또 다시 전체회의 심의가 보류됐다. 당시 법사위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로 회부돼 다음번 회기 국회로 넘어갔던 첨생법 통과 여부는 여야 정쟁 속 국회가 파행을 겪으며 이달 임시 국회까지 넘어온 끝에 통과가 전망됐지만 예기치 못한 파행에 재차 미뤄졌다.
여야 정쟁이라는 변수에 업계 대형 호재가 연기된 업계는 덤덤한 표정을 유지하는 분위기다. 전체회의가 다음 일정조차 잡지 못한 채 연기됐지만, 오전 소위 통과를 통해 여야 합의가 이뤄진 점을 확인한 만큼 결국 개최될 전체회의와 국회 본회의 역시 무난한 통과가 전망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합성화학의약품과 구분되는 바이오의약품의 별도 정의와 범주를 설정함으로써, 지금까지 기존 의약품과 동일하게 진행되던 임상시험과 상용화 허가 등 연구개발 전 과정에 획기적인 변화가 기대된다"라며 "법안 제정으로 줄기세포 치료제와 유전자 치료제 등의 분야에서 시행되고 있는 조건부 허가와 임상시험 간소화 등 기존 패스트트랙 제도들도 활성화될 수 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국회 본회의로 넘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첨생법은 기존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의 병합 심사 대안으로 기존에 지적돼온 임상연구 및 안전관리체계 부분이 수정·보완돼 안정성 우려를 덜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최근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바이오산업 육성 기조와 해외 주요국가들의 선 시행도 이번에는 첨생법이 국회 통과가 가능할 것이란 예측에 무게를 싣는 요소다.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에서 한국당 김도읍 간사가 민주당 의원들에게 법사위 전체회의가 열리지 못한다고 말한뒤 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