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인천시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인천e음카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제 인천 시민 6명 중 1명이 발급 받았을 정도로 시민들 사이에서도 호응도가 높다.
하지만 인천e음카드 이용자 수가 늘어나면서 처음 인천시가 준비했던 예산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이용금액의 일정 부분을 환급해주는 캐시백 형태이다 보니, 높은 이용률에 관련 예산도 바닥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일부 지역구에선 인천e음카드 발급을 보류하는 등 우려했던 부작용이 표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인천e음카드가 지속가능한 모델인지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21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e음카드는 사용자가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제외한 인천 전지역에서 물품을 구매하면 사용 금액의 6%를 환급해주는 혜택을 제공한다. 여기에 군과 구마다 추가 환급률을 적용하고 있어 환급률은 기본 6~10%에 이른다.
지역별로 보면 인천 서구가 서로e음카드를 출시하면서 기본 6%에 4%를 추가해 10%의 캐시백 혜택을 주고 있다. 연수구도 10% 캐시백 혜택을 내걸고 이 사업에 동참했고, 미추홀구와 남동구도 각각 8%와 7.5%의 캐시백을 들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역구가 앞다퉈 e음카드를 출시하자 가입자 수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미 4월 한달에만 4만753명이 신규 발급했던 e음카드는 5월에 19만6822명, 6월에 23만8125명이 새로 가입하며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e음카드는 단순한 환급 혜택 뿐 아니라 최대 1%의 가맹점 추가 할인 등 부가적인 혜택으로 이용자들의 관심을 사고 있다. 특히 소득 공제는 현금과 동일하게 30%까지 되고 전통시장에서는 40%까지 가능하다. 앱을 통해 음식 전화주문 배달도 할 수 있으며 1회 50만원씩, 1일 2000만원까지 무료송금서비스도 제공된다. 사업자도 카드수수료가 면제된다.
혜택이 다양해지자 충전액과 결제액도 크게 늘었다. 1월 각각 6억4000만원, 1억6000만원에 그쳤던 충전액과 결제액은 4월 49억8000만원, 38억20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급기야 6월에는 충전액과 결제액이 1484억8000만원, 1386억7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누적 충전액은 2128억3000만원, 누적 결제액은 1881억6000만원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애초에 인천시가 계획했던 관련 예산 집행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사실 인천시의 지역화폐 발행 수요는 이미 전국 최고 수준이다.
행정안전부 자료를 보면 올해 2월 기준 인천시의 지역화폐 발행 수요는 3000억원이다. 이는 경기도 4423억2000만원, 전라북도 3123억5000만원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인천시는 올해 e음카드 결제액을 3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캐시백 등 관련 예산을 180억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e음카드의 높은 인기에 이미 올해 상반기 결제액이 총 예상치에 육박한 상황이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금까지 지급된 캐시백은 국·시비 107억원과 서구 31억원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e음카드 결제액은 1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캐시백과 운영비 등을 고려하면 지금 예산보다 최소 840억원은 더 필요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이미 인천 일부 지역구에서는 과도한 재정 부담을 우려해 e음카드 발급을 중단하기도 했다. 인천 남동구의 경우 예산과 형평성 문제 등을 고려해 e음카드 발행을 보류했다. 남동구는 캐시백 지급을 위해 본예산 1억6000만 원을 반영하고, 추가경정예산에 4억 원을 반영했지만 구의회가 부결했다.
부결을 주도한 구의원들은 “e음카드를 사용할 때 소상공인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적고, 캐시백 지급에 세금이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점을 우려해 반대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e음카드가 지속 가능한 모델로 정착하기 위해선 캐시백 비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조승헌 인천연구원 지역경제연구실 연구위원은 "인천e음 카드 예산을 처음 수립할 때 과소 평가했다. 재정이 뒤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시민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라며 "월 결제 한도액을 정하거나 업종별로 다른 캐시백 비율을 적용하는 등의 캐시백 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역별 지원규모 차이에 따른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강원모 인천시의원은 "지역간 지원 규모가 차이가 나기 때문에 고객의 유인·유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심각한 갈등요인으로 확산될 수 있는 만큼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천시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인천e음카드 제도를 도입했지만 지역 재정 부담 증가 등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다. 인천e음카드 홍보 포스터 사진/인천시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