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154만 1000명’

입력 : 2019-07-23 오전 6:00:00
신문을 읽다가 숫자 하나가 번쩍, 눈에 띈다. 졸업 후 미취업 상태에 있는 대한민국 청년층(15-29세)이 ‘154만 1000명’. 이는 2007년 관련 통계를 발표한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로, 1년 전의 통계와 비교하면 5만 4000명이 증가했다고 한다. 예사롭지 않게 가슴으로 흘러들어온다. 거기에 더해, 취업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은 71만 4000명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6년 이후 올해가 가장 많았다는 숫자에도 한참동안 시선이 머물렀다. 물론 여기에는 지방공무원시험이 5월에서 6월로 늦춰진 것도 영향을 주었다는 통계청 관계자의 설명도 덧붙여 있었다. 2019년 7월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다.
 
이 조사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포자기형 미취업 청년의 증가와 함께 첫 일자리를 잡는 데 걸리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사실도 포함되어 있는데, 특히 취업 준비생 중에서 무려 30.7%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른바 ‘공시족’이라는 점에 눈길이 간다. 취업 준비생 청년 세 명 중 한 명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통계가 주는 시그널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것은, 과연 기성세대가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그들의 질적인 삶의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가 하는 반성과 함께, 대한민국의 장래가 흔들리고 있는 불안감 때문이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일련의 통계와 관련하여 가장 우려되는 것은 혹여 젊은이들이 세상살이에 대한 자신감을 잃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혹여, 사람들은 이런 내 마음의 표현에 대해 지나치다, 혹은 기우라고 할지도 모른다. 기성세대는 더 어려운 환경을 뚫고 지금의 시간을 맞고 있다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기에는 우리가 가진 대내외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 적지 않은 난관과 직결되어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굳이 통계를 말하지 않더라도 ‘저출산’과 ‘생산가능인구감소’는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고 국가의 존립문제와 이어져 있다. 이 중요한 시기에 일자리를 포기하는 청년이 증가하여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부모와 동거하는 ‘캥거루족’을 양산할 수도 있고, 또한, 교육이나 훈련을 받기는커녕 구직활동도 단념하는 ‘니트족’이 늘어날 수도 있다. 그리하여 이들을 포함한 젊은이의 결혼 포기 혹은 결혼 회피 현상을 예상할 수 있기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향후 우리 경제에 잠재성장력과 국내총생산을 감소시키는 등,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실업문제를 비롯한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장래를 위협하는 절대적 불안 요소다. 경계해야 할 사안이다.  
 
돌이켜 보면, 청년층의 ‘공시족’ 쏠림 현상도 1998년 12월에 있었던 이른 바 ‘IMF 사태’ 이후 안정된 직장을 찾겠다는 시대적, 사회적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금방 사라지거나 그 추세가 꺾일 것 같지 않다는 데에 있다. 이것은 기성세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몫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에 적극적으로 동의해야 하겠지만, 동시에 이 땅의 젊은이들 역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젊은이만의 창조적 사고 혹은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의식을 필요로 하는 꿈을 가져야만 한다. 그런 의무를 느껴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이 너무나도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세상의 중요한 업적 중 대부분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도전한 사람들이 이룬 것”이라는 미국의 작가 데일 카네기(Dale Carnegie, 1888~1955)의 이야기가 다시금 떠오른다. 몇 번이고 곱씹어서 생각하고 실천해야 할 문장이다.    
 
모두가 체감하고 있듯이, 나라 안팎으로 둘러싼 제반 환경은 어렵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여전히 진행형인 가운데, 한국과 일본의 무역 갈등도 번졌다. 일파만파다.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 같은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래서 ‘154만 1000명’이라는 숫자가 더 크고 더 안타깝게 눈에 들어왔는지도 모른다. 청년은 미래의 자산이고 희망이다. 절대로 청년의 꿈이 무너지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 청년들의 꿈이 더 영글어질 수 있게, 그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더 적극적으로 더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할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그들의 갈증이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아, 절박하다.   

오석륜 시인/인덕대학교 비즈니스일본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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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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