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사 주식 보유 현황을 허위 신고한 혐의로 기소된 롯데그룹 9개 계열사에 대해 검찰이 각 벌금 1억원씩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25일 안재천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판사 심리로 열린 롯데지알에스 등 9개사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결심 공판에서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과 변호인이 다퉈온 이 사건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계열사들을 대표해 신고의무를 전담한 롯데쇼핑이 해외계열사 관련 신고를 누락한 것인데, 우선 공정거래법상 ‘국내계열사뿐 아니라 해외계열사에 해당하는 해외법인까지 신고하도록 공시의무가 명확히 규정돼 있었는지’다. 피고인 롯데계열사들은 규정이 명확치 않고, 롯데쇼핑이 신격호 당시 회장이 보유한 일본계열사 주식현황까지 모두 정확히 알지도 못했다며 이 사건 신고 누락엔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계열사들의 신고 업무를 사실상 대리한 롯데쇼핑에 대해서도 ‘양벌규정’을 적용해 처벌해야 한다는 검찰 의견에도 변호인은 롯데쇼핑의 신고 대리는 공정거래위원회 편의상 이뤄진 것 뿐 실질적 대리자가 아니었다고 반박해왔다. 양벌규정이란 위법행위에 대해 행위자를 처벌할 때 그 업무의 주체인 법인이나 개인도 함께 처벌하는 규정으로, 롯데쇼핑은 이 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이 아니지만 검찰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함께 처벌받게 된다.
검찰은 “주요 쟁점 대부분은 이미 관련된 다른 사건에서 법원 판단이 이뤄졌고 확정된 바 있다”면서 “먼저 일본과 스위스 회사들이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 롯데 계열사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피고인들이 제기한 행정소송을 통해 ‘해당한다’는 법원의 확정 판단을 받은 바 있다”고 설명했다. 또 “법정에선 부인하지만 롯데쇼핑도 검찰 조사과정에선 (일본과 스위스 회사들도 롯데 계열사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바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 계열사 신고 취지는 ‘국내 경제력 집중’인데 해외계열사 보유 지분 등으로 경제력 집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해외계열사도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는 논리도 덧붙였다.
검찰은 또 “롯데쇼핑의 고의 여부도 동일인 ‘신격호 허위지정자료 제출 사건’에서 사실상 판단이 이뤄졌다”며 “당시 법원은 동일인에게 관리감독 과실이 있다며 벌금 1억원을 확정 선고했는데, 이때도 롯데쇼핑이 신격호를 대신해 자료를 제출한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동일인 신격호에 의해 설립된 롯데가 한국과 일본에서 사업하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해외계열사 지배구조 의혹도 보도된 바 있다”며 “롯데 지배구조 정점인 신격호를 최측근에서 보좌하며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 롯데쇼핑에서 계열사 지분을 많게는 100%까지 보유한 일본계열사들과의 관계를 몰랐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롯데쇼핑은 스스로를 대리인으로 칭해 신고하고, 수사과정에서 인정하기도 했다”며 “주주신고와 관련해 롯데쇼핑의 피고인들과의 관계는 ‘대리인’임이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공정거래법상 경제력집중억제 대상 회사는 국내계열사만 해당하지 해외계열사는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공정거래위원회도 2016년에야 비로소 해외계열사 공시의무를 부과하는 입법을 추진했다”고 반박했다. 또 “이 사건 해외주주사들은 비상장사로서 일본 공시시스템에도 등록되지 않아 주주현황 확인이 어렵다”며 “허위 신고에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롯데쇼핑의 대리 신고는 단지 공정위 편의를 위해 다른 계열사로부터 자료를 취합 받아 제출한 것일 뿐 위임장이나 지정신청 등의 책임과 의무를 부여하는 절차를 진행한 적이 없다”며 “양벌규정 적용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형사 처벌 규정은 명확해야 하는데, 과연 범위를 명확히 하지도 않은 공정거래법상 계열회사 개념을 해외계열사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사후적으로’ 해석해 처벌하는 게 타당한지, 주무부처인 공정위조차 해외계열사가 신고 대상인지 입장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렇게 했어야 됐다’는 이유로 고의를 인정해 양벌규정까지 적용해 처벌하는 게 마땅한 지 의문”이라면서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20일 오후 2시 선고기일을 지정했다. 다만 변론종결기일까지도 검찰과 변호인이 치열하게 다투고 사건이 방대한 점을 고려해 변론 재개 가능성도 열어뒀다.
롯데계열사들은 2014년부터 2년간 일본과 스위스에 있는 해외계열사 16개를 동일인 관련주가 아닌 기타로 표기해 허위 신고한 혐의로 벌금 1억원의 약식명령을 받고 불복,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계열사 5곳 누락 신고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범수 카카오의장은 지난 5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이 지난해 10월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롯데 오너가 비리' 관련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