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공룡의 블록체인 진출 파장)③카카오 등판…블록체인, 기술에서 사용자·서비스 중심으로 도약

대기업 진입으로 블록체인 저변 급격히 넓어질 듯
이해관계 따라 전략적 노드 구성…블록체인 핵심 이념 '탈중앙화' 벗어난 제한적 블록체인 한계 지적도

입력 : 2019-07-29 오전 6:00:02
[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블록체인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 중 하나는 카카오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 그라운드X가 지난달 27일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의 메인넷을 론칭하며 블록체인 대중화의 선봉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 확산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나오는데, 카카오의 클레이튼이 진정한 블록체인 이념에서 벗어나 있다는 지적 또한 존재한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친숙한 대기업 카카오의 블록체인업계 진출은 블록체인을 기술에서 서비스 측면으로 진화시키는 촉매 구실을 할 수 있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지난해만 해도 국내 블록체인업계는 암호화폐 중심의 휘발성 강한 이슈로 뒤덮였다. 탈중앙화, 스마트컨트랙트, 신뢰 등을 핵심 가치로 하는 블록체인 기술과 여기서 파생되는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 부분이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카카오 덕분에 블록체인은 저변을 넓힐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됐다. 카카오 출신의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 비즈니스가 그동안 암호화폐 투자하는 사람들과 서비스를 만드는 기술 개발하는 일부의 이야기였는데, 클레이튼 론칭으로 블록체인의 저변이 빠르게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카카오의 클레이튼 메인넷과 함께할 서비스 파트너를 보면 콘텐츠·엔터테인먼트, 헬스케어·파이낸스, 커머스·페이, 라이프스타일, 테크 등 다양한 분야의 34개 프로젝트들이 포진해 있다. 블록체인 게임뿐만 아니라 SNS, 반려동물 등 사용자들에게 친숙한 주제의 프로젝트가 블록체인 서비스로 재탄생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카카오에 따르면 클레이튼의 초당 거래량(TPS) 또한 3000~4000으로 평균 1초 내에 블록이 만들어진다. 이는 이더리움보다 150배가량 빠른 속도다.
 
하지만 카카오가 그리고 있는 블록체인 생태계가 블록체인의 '진짜 이념'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버넌스 카운슬(Governance Council)'로 거창하게 이름 붙인 합의노드 운영 체제가 그렇다. 거버넌스 카운슬에는 카카오,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지, 카카오게임즈, 카카오IX 등 카카오 공동체뿐만 아니라 LG그룹 계열사, 셀트리온, 넷마블 등이 참여하는데 이해관계에 따라 구성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거버넌스 카운슬에는 '필리핀 유니온뱅크', 동남아시아 최대 통신기업 '악시아타 그룹’, 일본 소셜 네트워크 디지털 콘텐츠 기업 '코코네', 일본 모바일 게임 개발사 '구미' 등 아시아 핵심 파트너들도 포함됐다.
 
카카오 출신의 위 관계자는 "거버넌스 카운슬을 보면 카카오의 이해에 따라서 전략적으로 노드를 구성한 것을 알 수 있다"며 "블록체인의 신뢰 확보를 위해서는 전략이 아니라 네트워크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의견에 따라서 거버넌스를 분산하는 게 올바르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믿을 수 있어야하는데, 거버넌스가 전략적으로 구성되면 그런 면에서 마이너스가 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카카오가 만약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네이버 등의 기업을 합의노드 운영의 파트너로 끌어들였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며 "전략에 따라 구성된 노드는 한 가지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연합체가 될 수 있고, 퍼블릭 블록체인이 지닌 신뢰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블록체인 프로젝트 컨설팅 기업의 관계자는 "비트코인이 각광받았던 것은 결국 탈중앙화 가치 때문인데, 카카오의 경우 완벽한 탈중앙화에서는 벗어나 있다. 트랜잭션을 개인이 확인할 수 없다. 비트코인, 이더리움은 어떤 지갑에 몇 개가 들어있나 정도는 누구나 확인 가능하다"며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건 중앙 운영 주체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한편 거버넌스 카운슬이 대기업 집단의 공동 운영체제인 점을 고려하면 과연 의사결정이 빠르게 이뤄질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IT 1세대 기업가이자 연쇄 창업가인 박창기 컬러플랫폼 대표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카카오의 거버넌스 카운슬은 막강한 대기업들의 연합체인데, 의사결정이 수월하게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며 "과거 신산업이 등장할 때 아마존, 페이스북 등 작은 스타트업, 강소기업이 시장을 주도한 것에 비춰보면 리브라, 카카오의 성공 가능성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19일 경기 성남 카카오 판교오피스에서 열린 '클레이튼 파트너스데이'에서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그라운드X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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