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잡겠다고 몽둥이를 들어도 잡히지 않는 곳, 가격이 오를수록 찾는 이들이 많아지는 이곳, 강남은 욕망이 모이는 곳이다. “강남에 산다”는 말 하나로 신분이 수직상승한다. 강남을 원하는 건 사람만이 아니다. 집을 짓는 건설사들도 한번쯤 ‘강남 입성’을 꿈꾼다. “강남에 지었다”는 문장 하나에 건설사의 위상이 하늘로 솟는다. 동시에 웬만한 대형 건설사가 아니면 첫발을 내딛기도 힘들다. 그런 강남에 김상열 회장이 이끄는 중견 건설사 호반건설이 발을 밀어 넣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꿈틀거린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사진/뉴시스
전망의 진원지는 시공능력평가순위 10위권 진입 가능성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말 건설사들의 공사, 실적, 경영상태 등을 종합해 평가하는 시공능력평가순위를 발표할 예정이다. 시공능력평가액수로 줄 세우는 일종의 건설사 성적표다. 5대 건설사, 10대 건설사 등을 가르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건설업계는 현재 10위권밖에 머물러 있는 호반건설이 올해에는 열 손가락 안에 들어올 것이라고 예측한다. 지난해 말 호반건설이 계열사 호반을 흡수합병하면서다. 합병 전 호반건설주택(호반의 전신)과 호반건설의 시공능력평가액은 각각 2조1619억원, 1조7859억원으로 13위와 16위에 이름을 올렸다. 합병 이후 호반건설의 시공능력평가액은 단순 합산할 경우 3조9489억원이다. 현재 10위를 지키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은 3조4280억원이다. 호반건설이 HDC현대산업개발을 밀어내고 10위권 안으로 진입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다만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액 합산만으로는 호반건설의 10위권 공략을 기대하기 이르다는 목소리도 있다. 시공능력평가는 건설사의 3년치 실적을 토대로 평가하기 때문에 예상을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호반건설도 아직은 소문에 오르내리는 분위기가 부담스러운 눈치다.
그렇더라도 시평 10위에 이름을 올리면 김 회장은 강남에 한발짝 더 가까워질 수 있다. 10대 건설사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시장에서 브랜드의 중요성이 큰데, 강남은 이 같은 현상이 특히 심하다. 일종의 명품시장인 탓에 브랜드 가치를 바라보는 눈높이가 더 깐깐하다. 그만큼 건설사에게 강남 입성의 벽은 높고, 한번 들어서면 브랜드 파워의 수직 상승을 기대해볼 만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강남에 아파트를 세우려 하지만 웬만한 브랜드가 아니면 들어서기 힘든 곳”이라며 “한번 깃발을 꽂고 나면 브랜드 인지도가 크게 달라진다”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도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수주하려는 의지가 강한 편이라고 알려진다. 실제 호반건설은 과거에 이미 몇 차례 강남권 진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번번이 10대 건설사에 시공권을 내줬다. 지난 2016년에는 서초구의 신반포7차 재건축 사업에서 대림산업과 맞붙었지만 고배를 마셨다. 방배경남아파트 재건축에서는 GS건설에, 방배14구역은 롯데건설에 밀렸다. 김상열 회장이 올해 시평 10위권 내에 호반건설을 올려놓으면 이 같은 실패를 만회할 수 있는 입지를 다질 수 있다. 올해의 시평 순위에 업계 관심이 쏠리는 까닭이다.
이와 더불어 하반기 중 호반건설의 상장도 관심사다. 김 회장은 M&A 시장에 모습을 자주 드러내며 영토 확장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올해에도 덕평컨트리클럽(CC)과 서서울CC 등 레저산업에 이어 언론사를 인수하며 사업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서울 남산그랜드하얏트 호텔 인수전에 참여한 상태다.
여러 업종에 발을 넓히는 호반건설의 행보에 관해 업계는 상장을 대비해 기업가치를 불리는 것이라고 바라본다. 이에 따라 추가적인 인수합병 시도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회장은 신년사에서 M&A분야에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겠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호반건설 사옥. 사진/호반건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