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올 상반기 친환경 모델인 하이브리드카를 내세워 국내 시장을 질주했던 일본차들이 불매운동에 맥을 못 추고 있다. 불매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7월 이후 판매량이 급감한 주류·의류·항공업에 이어 일본 자동차에도 국내 소비자들이 등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 상반기 수입차 시장 점유율 3위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던 렉서스도 주춤하면서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7월 일본산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7.2% 감소한 2674대로 집계됐다고 5일 밝혔다.
브랜드별로 봐도 이 기간 일본산 자동차 판매량은 전월 대비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토요타는 전월 대비 7월 판매량이 37.5%, 닛산은 19.7%, 닛산 고급 브랜드 인피니티는 25.1% 줄었으며 특히 혼다는 41.6% 판매량이 줄며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하이브리드카를 내세워 국내 점유율 3위를 달리고 있는 렉서스도 전월보다 판매량이 24.6% 하락했다. 렉서스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2.5% 늘어 올해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타는 추세다. 이처럼 지난해보다는 판매량이 늘었지만 불매운동이 시작되기 전인 6월과 비교하면 7월 판매량이 급감한 것이다. 판매량이 줄며 7월 렉서스 국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도 5.05%로 전월(6.72%)보다 1.67%포인트 하락했다.
지난달 23일 오후 인천 남동구 구월동 수협사거리에서 인천 시민들이 일본자동차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렉서스는 스테디셀링카 ES300h를 앞세워 올 상반기 국내 시장 점유율 3위를 기록 중인데 불매운동이 장기화하면 하반기에는 판매량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산 자동차는 최근 유럽산 디젤차가 주춤하는 사이 친환경 하이브리드 엔진을 내세워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왔다. 토요타코리아는 2015년 국내에서 5969억원 매출을 올렸는데 2018년에는 1조2000억원을 기록해 3년 새 매출 규모가 2배 가량 성장했다. 혼다코리아도 2015년 2133억원 매출에서 지난해 4764억원을 기록하며 2배 이상 급증했다.
하지만 최근 일본이 경제 보복 조치에 나서자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지난달 23일 인천 남동구 구월문화상인회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한다는 의미로 렉서스 차량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했으며 일본 차량에 대한 테러나 기름을 팔지 않겠다는 주유 거부 운동도 일고 있다.
일본 불매운동 초기 업계에서는 자동차까지는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계약한 차를 취소하는 소비자가 많지 않을뿐더러 자동차는 다른 소비재보다 비교적 오랜 기간 고민한 후 선택하기 때문에 이미 구입하기로 한 모델을 쉽게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거세지는 일본 불매운동으로 판매량이 줄어들자 일본 브랜드 업계도 잔뜩 긴장하는 형국이다. 토요타 관계자는 "판매량 감소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기 때문에 한·일 관계 악화로만 원인을 보고 있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하반기 판매량 회복에 대해서는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