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현대자동차의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복합 연비는 16.2km/ℓ다. 하지만 최근 시승했을 때 연비는 국내 하이브리드 모델에서는 매우 높은 수치인 20.3km/ℓ가 나왔다. 서울에서 태안반도를 왕복하는 309km 구간을 달리면서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각종 성능을 체험했다.
시승 모델은 2019년형 익스클루시브 스페셜 트림이며, HUD, JBL 사운드 패키지, 현대 스마트 패키지1, 파노라마 썬루프 등의 옵션이 장착됐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연비는 20이 넘게 나왔다. 사진/김재홍 기자
그랜저는 2017년 13만2080대, 2018년 11만3101대 등 2년 연속 10만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베스트셀링카에 올랐다. 올해도 7월까지 5만9577대가 판매됐으며, 이 중 하이브리드 모델은 1만8297대일 정도로 높은 인기를 보이고 있다. 그랜저는 도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데다가 ‘그랜저 2.4’를 이미 시승했기 때문에 내외관 디자인은 익숙했다.
일반 그랜저에 비해 하이브리드 모델의 차별점은 우선 후면부에 ‘hybrid’ 엠블럼이 부착됐고, AVN시스템에서 연비 정보, ECO 드라이빙, 에너지 흐름도 등 하이브리드 전용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계기판에서도 설정을 바꾸면 평균연비와 순간연비 정보가 표시돼 연비 주행 시 참고가 됐다.
하이브리드 모델 전용 콘텐츠 모습. 사진/김재홍 기자
그랜저 하이브리드에 탑승해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모터가 구동되면서 ‘하이브리드 차량을 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존에 시승했던 렉서스 ‘ES300h’에서 체험했던 짜릿한 하이브리드 감성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기아자동차 ‘K5 하이브리드’에 비해서는 확실히 회생제동 시스템이 가동됐고 연비 주행도 가능했다.
시내 정체 구간에서는 ECO 모드로 설정하고 모터가 구동되는 속도 범위 내에서 주행했을 때 예상보다 높은 연비가 나왔다.
게다가 하이브리드 모델 답게 부드럽고 조용한 운전을 할 수 있어 주행 만족도가 컸다. HUD에는 속도와 방향 지시, 크루즈 속도, 후측방 충돌 경고, 앞 차와의 차간 거리 외에 과속카메라의 거리도 표시되는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보다 운전을 편하게 할 수 있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 시승모델 모습. 사진/김재홍 기자
또한 시승하면서 제네시스 ‘G70’과 가격대는 비슷하지만 서로 상반된 매력을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G70은 폭발적인 가속도를 바탕으로 시원한 고속주행이 가능하다. 다만 뒷좌석이 매우 좁고 연비가 낮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높은 연비와 정숙성, 넓은 뒷좌석 공간 등 패밀리카의 장점이 가졌지만 가속 성능은 뛰어나지 않았다. 스포츠 모드로 설정하고 풀악셀을 밟았지만 기대했던 만큼 가속되지 않았다.
고속도로로 진입해서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기능을 활용했다. 앞 차와의 거리를 인식해 차량의 속도를 줄이거나 높이고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도 차선에 따라 자동으로 보정했다. 또한 내비게이션을 통해 차량이 고속도로 제한 속도를 인식해 속도를 낮추기도 했다.
시승 당일 폭우가 쏟아져 ADAS 기능이 중단되기도 했다. 사진/김재홍 기자
다만 시승 당일, 갑자기 전방 시야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폭우가 쏟아지자 ‘레이더 가림으로 스마트 크루즈 콘트롤 시스템이 중지됩니다’라는 메시지가 뜨면서 HDA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고 안전을 위해 감속해 주행했다. 과속하지 않고 연비 운전을 하다보니 시승이 끝날 무렵 연비는 20km/ℓ를 돌파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공기저항계수는 0.27로 동급 최고 수준"이라며 "연비효율 향상은 물론 고속주행 안정감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경쟁 모델인 토요타 ‘아발론 하이브리드’와 비교하면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연비에서는 약간 뒤지지만 열선 스티어링 휠, 통풍 시트 등 편의사양에서는 장점이 있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 모델 가격은 3576만~3993만원으로 ‘그랜저 3.0’(3495만~3873만원)의 가격대와 비슷하다. 개인적으로는 고유가 시대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인기 추세 등을 감안하면 6기통의 배기량 3000cc의 3.0보다는 하이브리드 모델에 마음이 끌린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운전석과 뒷좌석은 넓은 공간을 자랑한다. 사진/김재홍 기자
시승 차량의 측면부 모습. 전장은 5000mm에 육박한다. 사진/김재홍 기자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