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블록체인 게임이 새로운 먹거리로 꼽히지만 국내 게임기업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암호화폐 등 블록체인과 관련해 정부 차원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탓이다. 주무 기관인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입장 변화가 없는 사이 기업들은 해외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1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올해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에 등급분류를 신청·접수한 블록체인 기업은 없다. 지난해 말 암호화폐 거래 등이 가능한 게임 '유나의 옷장 for kakao'에 대해 게임위가 등급 재분류 판정을 내려 암호화폐 기반 게임에 대한 사실상의 유통 금지 처분을 내린 게 도화선이 된 것으로 보인다.
게임산업법에 따르면 국내 출시·유통을 목표로 하는 게임업체들은 게임위의 등급분류를 받아야 하며,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게임은 불법이다. 구글과 삼성전자, 카카오게임즈 등 7개 대형 퍼블리셔(유통업자)는 '자체등급분류사업자'로 18세 이용가를 제외한 게임에 대해 자율 등급을 매기고 유통할 수 있는 구조다.
게임업계에서는 암호화폐가 접목된 게임의 경우 정부의 현 기조에서는 게임위 분류등급 통과가 어렵다는 분위기가 파다하다. 유망한 블록체인 게임들은 처음부터 해외진출을 모색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블록체인업계 한 관계자는 "블록체인 게임과 관련해 가이드라인 자체가 없어 일단 사업을 추진해보고 기다리자는 쪽과 처음부터 동남아 등 해외로 방향을 트는 경우가 많다"며 "암호화폐가 아닌 블록체인 기술만 쓰는 업체들도 있다"고 말했다.
EOS 기반 정통 RPG게임 '크립토 소드&매직'은 처음부터 글로벌 타깃으로 제작됐다. 지난달 17일 글로벌에서 출시됐으며, 지난 6월28일부터 2주간 글로벌에서 베타 서비스를 진행했다. 베타 서비스 기간 중 전체 블록체인 게임 트랜잭션 볼륨 1위를 기록할 만큼 인기를 모았다. 노드게임즈는 올해 초 글로벌 블록체인 액셀러레이터인 해시드가 운영하는 해시드 랩스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블록체인 업계에 이름을 알린 바 있다. 또한, 카카오의 퍼블릭 블록체인 클레이튼의 비앱 파트너이기도 하다.
게임빌 창업 멤버 출신들이 모여 설립한 위니플은 첫 블록체인 게임 ‘크립토 레전드’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위니플 관계자는 "게임위 등급분류 심의 가이드라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해외시장이 타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게임즈 등 대형 유통업자의 게임이 게임위 등급 판정을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군소 게임업체들에게는 게임위의 등급분류 신청은 하늘의 별 따기"라며 "가이드라인이 나와도 블록체인과 관련해 장점을 내세울 만한 콘텐츠를 적용하지 못하게 되면 블록체인 게임으로서 의미가 없는데, 이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게임물등급 분류 기관인 게임위 또한 정부 차원의 기준안 제시가 없어 고심하고 있다. 게임위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술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는 추세지만 암호화폐랑 블록체인은 다르게 봐야한다"고 주장하며 "암호화폐에 대해 정부가 정확한 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게임위가 먼저 블록체인 게임들이 문제가 된다 안 된다 선뜻 결정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