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내년부터 강화된 국재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시행이 예고된 가운데 업계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배기가스 세정장치인 스크러버 설치가 지연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설치가 지연될 경우 선박 영업 공백이 장기화하고 스크러버 초기 투자금에 대체연료 비용 부담까지 3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21일 외신 등을 종합해보면, 글로벌 유조선 전문 분석기관 알파탱커(Alphatanker)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존선에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공정 지연을 겪고 있는 선사는 미국 다이아몬드S쉬핑(Diamond S Shipping)으로, 자사 수에즈막스급 탱커 3척에 대한 스크러버 장착 공사가 당초 올 4분기에서 내년 1분기로 밀렸다.
크레이그 스티븐슨(Craig Stevenson) 다이아몬드S쉬핑 CEO도 최근 이와 같은 상황을 인정했다. 그는 "백로그(아직 처리되지 않은 주문)로 예상했던 것 보다 비효율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다이아몬드S는 이미 선박 2척에 스크러버를 장착했는데 이 또한 평균 설치 기간으로 알려진 25~30일보다 최소 2주가 더 걸렸다는 지적이다.
보고서에는 다수의 선사들이 스크러버 설치가 예상보다 오래 걸린다고 토로했으며, 설치지연 이유에 대해서는 예기치 못한 기술적 문제가 제기됐다.
사진/현대상선
선사들이 스크러버로 IMO 황산화물 배출규제를 대응하는 것은 저유황유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현재 톤당 200달러 수준인 저유황유가 규제가 발효 시점인 내년에는 4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에 국내외 선사들은 스크러버 설치를 점차 늘려가는 모습이다. 현대상선도 일찍이 연료가 변동성 확대에 대응하고자 스크러버 설치를 서둘렀다.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인도받는 신조선 20척에도 모두 스크러버가 장착된다. 현존선 60여척에도 스크러버 설치를 추진할 계획으로 향후 구체적인 일정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크러버 설치 지연 이슈는 업계의 불안감을 키운다. 또 당장 국제해사기구의 스크러버 표준 지침도 없는 데다 관련 기술이나 결함 등에 대한 축적된 데이터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스크러버가 본격적으로 사용될 2020년 이후에나 기술 효율성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다이아몬드S가 겪은 스크러버 설치 지연 문제를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환경규제에 따른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요소가 된다. 스크러버 설치를 제때 마무리하지 못했을 경우 선사들은 스크러버 설치 비용과 더불어 대체 연료 비용까지 이중으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우선 현대상선은 스크러버 설치 기간 동안 생기는 선박 공급 공백을 대체선을 투입해 메운다는 계획이다. 최근 중단키로한 AEX(Asia Europe Express)노선의 선박을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선박 대신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투입된 선박을 빼는 것은 쉽지 않다. 대체 선박을 투입해야 하는데 선박 규모나, 물동량 등을 감안해야 한다”면서 “특히 올해는 미중, 한일 무역 분쟁 등 다양한 변수들이 있어 상황에 따라 대체선 투입 등 적절한 대응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