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국내 제약업계가 잇따른 악재와 침체된 분위기에도 불구, 올 들어 최대 월간 원외처방액 실적으로 하반기를 시작했다. 든든한 캐시카우를 구축한 전통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한 상위사들이 주요 품목 호조에 힘입어 눈에 띄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처방액 증가를 견인했다.
22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제약업계는 지난달 1조1745억원의 원외처방조제액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3.2%, 전월 대비 15.8% 증가한 수치다. 처방액 자체는 물론 전년 동기 대비 증가폭 역시 올 들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산뜻한 하반기 출발은 전통 제약사들이 주도했다. 전년 동월 대비 6.4% 처방액이 증가한 동아에스티를 제외하면 전년 동월 대비 16.7% 늘어난 한미약품을 비롯해 유한양행(12.9%), 대웅제약(12%), 종근당(11.6%) 등 상위사들이 두 자릿수 성장률로 전체 실적을 이끌었다.
이로써 국내 제약사 원외처방액은 10개월 연속 플러스 성장을 지속했다. 지난 1월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한 원외처방액(1조1340억원)을 기록하며 출발했다. 글로벌사 특허만료에 따른 처방 감소 경향 속 국내사들의 전문의약품 실적 호조가 빛을 발했다. 같은 기간 보톡스와 바이오의약품 통관이 39.4%, 44.4%씩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선방 수준을 넘어선 실적이다.
2월 설 연휴 여파에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에 그쳤던 처방액(9413억원)은 3월 2.4% 증가하며 다시 1조원대를 회복한 뒤(1조536억원), 4월 전년 동기 대비 10.3% 오른 1조1220억원으로 증가폭을 키웠다. 5월과 6월 4%, 1.1%씩 오른 처방액으로 증가폭은 줄었지만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간 뒤, 7월 3개월 만에 다시 두자릿수 성장률을 회복했다.
이 같은 처방액 증가는 자연스럽게 주요 제약사 실적과 이어졌다. 상반기에만 5개의 제약사(유한양행, GC녹십자, 광동제약, 한미약품, 대웅제약)이 매출 5000억원을 넘어서며 연간 매출 1조원 달성에 청신호를 밝힌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인보사 사태를 시작으로 일부 주요 바이오기업들의 신약 개발 성과가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업계를 향한 시장 실망감과 우려가 동시에 깔린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주요 품목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전통제약사들의 경우 큰 변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주력 품목들의 해외 진출 확대 등에 따른 추가 호재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한양행 연구원이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한양행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