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용 정치부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의 파면을 촉구하는 한국당 인사들의 삭발이 릴레이로 계속되고 있다. 황교안 대표에 이어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강효상 의원도 17일 삭발을 단행했다. 앞서 박인숙 의원이 먼저 삭발에 나섰고, 이학재 의원은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한국당은 조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1000만명 서명운동에 들어갔고, 주말마다 대규모 장외투쟁도 예고하고 있다.
한국당의 이같은 행보는 조 장관을 반드시 퇴진시키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책임 있는 제1야당이 장관 한 명의 진퇴를 두고 당대표가 삭발까지 하며 투쟁에 나서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이런 투쟁이 지지자들의 속은 뻥 뚫어줄 지 모르지만, 다수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이러한 보여주기식 행보가 아니다. 시민들이 바라는 건 조국 사태의 진실은 검찰에 맡기고 여야는 소모적 정쟁을 접고 정치를 복원하는 것이다.
사실 한국당이 조 장관에 대해 강경투쟁에 나서는 점에 대해선 어느 정도 이해도 된다. 조 장관에 대한 논란으로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 여야 어느 당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무당파가 38.5%로, 40% 가까이 늘어났지만 한국당 지지율은 정체 현상이 이어졌다. 야당의 호재임에도 불구하고 당 지지율이 상승하지 않아 한국당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이 추석 연휴 이후 보여준 행보는 이런 고민에서 나온 결과물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정기국회 일정이 차질을 빚을 정도의 강경투쟁은 지나치다. 한국당 지도부의 행보를 보면 지난 4월 선거법과 공수처 설치법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반대하며 장외집회에 나섰을 때로 다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패스트트랙 사태로 인한 여야의 상처가 제대로 아물기도 전에 여야 진영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모습이다. 조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과 국정조사가 추진된다면 더욱 가파른 대치 국면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당이 주력해야 할 것은 20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조 장관의 의혹을 계기로 대학입시제도 개선방안 등 청년층의 공정한 경쟁 기회를 보장하는 내용의 입법안을 추진하는 일이다. 삭발, 단식, 1인 시위 등 투쟁은 검찰 수사가 끝난 후 해도 늦지 않다. 강력한 대여 투쟁만 해서는 자당 지지층만 결집시킬 뿐이다. 4월 장외집회의 교훈이 이것 아닌가. 한국당이 국회의 입법활동을 강화할 때 비로소 무당층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박주용 정치부 기자(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