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청라 소각장 개선 문제를 둘러싸고 인천시와 지역 주민 간 갈등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인천시는 서구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가 오는 2025년 사용이 종료되는 만큼 청라 소각장 개선은 필수란 입장이다. 반면, 지역 주민들은 악취 등 환경 피해를 이유로 소각장 폐쇄를 요구하고 있어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22일 인천시에 따르면 2001년 준공된 청라 소각장은 동구와 중구 등 인천 6개 구·군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을 소각 처리하고 있다. 이 곳의 일일 가능 소각량은 500톤 규모지만, 내구 연한을 이미 15년 초과해 현재는 하루 350톤을 처리하고 있다. 용량이 초과된 나머지 폐기물 150톤은 인근 수도권매립지로 보내고 있다.
이로 인해 청라 소각장 증설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자 인천시는 2500억원을 투입해 시설 개·보수와 100m 높이의 굴뚝을 전망대로 개선하는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사업비의 10%인 250억원을 들여 수영장과 탁구장, 배드민턴장 등 주민들의 편의시설을 조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2002년 청라 소각장 가동 이후 악취 등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며 소각장을 폐쇄하고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한 지역 주민은 “서구 이외에 인천의 다른 5개 군·구의 폐기물도 청라 소각장에 반입되고 있다”며 “인천 지역에서도 쓰레기를 발생지에서 처리한다는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에 인천시는 청라 소각장 주민 설명회를 여는 등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지만 주민 반발이 워낙 심해 상황이 여의치만은 않다. 지난 18일 예정됐던 주민 설명회도 주민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혀 시작 30분 만에 종료됐다.
배석희 청라국제도시총연합회 회장은 “청라 소각장에 6개구 쓰레기를 소각하고 있는데, 우리가 버리지 않은 걸 왜 우리가 연기를 마시면서 희생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인천시는 현대화란 명분으로 사실상 소각장을 증설하려는 꼼수를 당장 멈추고 소각장을 즉각 폐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시 관계자는 “주민 의견을 반영해 기본 설계 이후 실시 설계 등의 절차를 거쳐 소각장 현대화 공사를 시작하겠다”면서 “설명회는 증설이 아닌 현대화 사업과 폐쇄·이전 등이 포함된 용역 발주에 앞서 다양한 주민 의견을 듣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태 해결을 위해 인천시의 종합적인 폐기물 정책 수립과 함께 무엇보다 주민 공감대를 얻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소각장 개선에 대한 필요성과 합리성을 주민들에게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박남춘 인천 시장은 최근 해외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 하기 위해 일본 오사카시 마이시마 소각장을 시찰하기도 했다. 이 곳은 소각장의 혐오 시설 이미지를 탈피하고 철저한 관리를 통해 지역 주민 동의를 얻어 성공적으로 정착한 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박 시장은 “폐기물 정책 수립에 있어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과 실천이 중요하다고 본다”면서 “인천시와 시민, 기업, 단체 모두가 자원 순환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앞으로 당면할 폐기물 대란 과제를 함께 풀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22일 오사카 마이시마 소각장을 방문해 소각장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인천시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