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올해 데뷔 40주년 프로젝트 진행 중인 포크 뮤지션 정태춘(65)이 그리스 국민 여가수 마리아 파란투리(72)와 한 무대에 섰다.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년을 맞아 진행된 공연에서는 음악으로 평화와 사랑, 연대의 메시지가 전해졌다.
두 뮤지션은 지난 22일 오후 의정부 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열린 'Let's DMZ 피스 메이커(Peace Maker) 콘서트' 무대에 섰다.
파란투리는 그리스의 전 국회의원이며 인권운동가다. 동시에 ‘그리스의 가장 위대한 목소리’라 불리는 국민 가수기도 하다. 프랑수와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은 “파란투리는 내게 그리스다. 나는 여신 헤라를 상상한다. 내게 그 정도로 신성한 것의 느낌을 전달해 줄 만한 예술가로는 도무지 다른 이를 생각할 수 없다”고 그를 일컬었다.
70대 고령으로 다소 불편한 몸에도 파란투리는 2부 무대에 섰다. 그리스 대작곡가 미키스 테오도라키스(94)가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며 '교향곡 제3번'을 헌정했다는 소식에 이번 공연에 흔쾌히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앞서 1부 무대에 오른 테오도라키스는 헌정곡을 경기필하모닉, 소프라노 서선영, 의정부시립합창단, 그란데오페라합창단과 합동으로 선보였다.
이날 파란투리 무대에는 올해로 데뷔 41주년을 맞은 뮤지션 정태춘이 올랐다. ‘기차는 8시에 떠나네’, ‘우리는 둘’, 파란투리의 대표곡 'Arnisi'(아르니시 / '은밀한 해변가에서') 등의 노래를 함께 불렀다.
정태춘은 "1990년대 중반 문학평론가 염무웅 선생님이 유럽 여행을 다녀오시면서 내게 카세트테이프 하나를 선물해 주셨다. 바로 마리아 파란투리 앨범이었다"며 "나는 그때부터 그녀의 팬으로 그녀의 많은 노래들을 오래도록 들어왔다"고 말했다.
정태춘은 이날 공연 전 대기실에서 마리아 파란투리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스 전통 음악에 기초한 미키스 테오도라키스 선율의 아름다움과 마리아 파란투리 노래의 비극적 페이소스를 격찬했다.
마리아 파란투리는 힘든 몸을 이끌고 무대에 올라 "정태춘은 훌륭한 음악가이자 시인이고 그리스의 친구"라며 2002년 10집 앨범에 수록된 ‘리철진 동무에게’에서 자신을 언급한 것에 대한 감사로 화답했다.
이날 공연 시작 전에는 미키스 테오도라키스가 그리스에서 찍은 영상 메시지를 상영했다. 그는 자신의 평생 활동에서의 가치를 ‘평화, 사랑, 연대’에 뒀다고 말했다. 이날 나란히 선 정태춘과 파란투리의 음악 인생과도 닮아 있는 메시지가 공연장에 울려 퍼졌다.
정태춘은 올해 가수 데뷔 41주년을 맞았다. 그의 삶과 음악은 종종 밥 딜런의 그것과 비교되곤 했다. 첫 음반 '시인의 마을(1978)'부터 11집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2012)'를 내기까지, 그는 김민기와 오늘날 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비판적 포크 가수이자 음유 시인으로 꼽혀왔다.
문학적 서정과 사회적 메시지를 아우른 그의 노랫말은 사반세기를 진동시켰다. 동시에 전교조 합법화 싸움, 음반 사전심의 제도 철폐,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투쟁에 앞선 그는 문화·사회적 운동가로서의 삶도 보냈다.
올해는 아내이자 뮤지션인 박은옥과 함께 데뷔 40주년 프로젝트를 해왔다. 오는 10월 중순부터는 '콘서트-날자, 오리배' 전국투어 공연이 청주, 수원, 대구, 광주 등 총 10개 도시에서 진행된다. 전반기 뜨거웠던 관심을 후반기 전국 각지로 이어간다.
마리아 파란투리와 정태춘. 사진/포츈엔터테인먼트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