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정부가 하위법령 개정으로 재벌개혁 방향을 수정한 가운데 제도개선 효과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제경영, 경제력 집중 등에서 비롯된 정경유착, 비자금 관행을 끊기 어렵고 기업의 자발적 쇄신을 유도할 유인도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1일 정부 및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12월10일까지 제20대 마지막 정기국회 일정이 진행되지만 여야 간 극한 대립으로 입법 과제 처리가 난항이다. 이에 공정위와 법무부는 시행령 등 하위법령 개정으로 방향을 틀었다.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보면, 우선 전자투표를 손쉽게 할 수 있도록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기업이 전자투표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라며 "아무래도 법 개정안에 비해 전반적인 파급력이 떨어진다"라고 평가했다. 상법상 전자투표제 의무화법안은 국회에 장기 계류 중이다.
시행령 개정안은 또 회사가 이사·감사 등을 선임하려면 해당 후보자의 독립성 및 전문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공시하고 강화된 사외이사 결격요건 규정을 엄수하도록 했다. 그런데 매년 주주총회 안건 평가기관이 문제 삼는 이사 선임 안건을 보면 결격요건 규정을 정확하게 어기는 경우는 드물다. 이사 후보가 지배주주와 이해관계가 있거나 업무 적합성이 떨어진다고 의심되는 상식선의 문제가 대부분이다. 일례로 올해 주총에서 연임된 현대건설 김영기 사외이사의 경우 당시 국세청 조사국 국장을 거쳐 세무법인 티엔피 대표이사를 맡고 있었으며 현대홈쇼핑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부분이 평가기관으로부터 반대의견을 끌어냈다. 상장회사 외 2개 이상 다른 회사의 이사·임원·감사로 재임 중이면 사외이사 결격사유로 보는 현행 상법상 문제가 되진 않지만 과도한 겸직이 충실의무를 저해한다는 지적이었다.
시행령 개정안은 아울러 ‘해당 상장회사의 계열회사에서 최근 2년 이내에 이사, 집행임원, 감사 및 피용자였던 자’를 3년 이내로 확대하고 해당 회사 6년 이상, 계열회사 포함 9년 이상 재직을 금지했는데 감사는 빠졌다. 정작 회계, 재무부실이 이슈가 된 대한항공이나 금호산업처럼 감사에 대한 문제 지적이 많으나 관련 대책이 없다. 예를 들어 서희건설 감사는 김태돌씨로 재직기간이 11년을 넘었고 연령도 74세(1945년생)로 일반적인 정년을 한참 넘겨 업무충실이 우려된다. 한신공영 감사 조선정씨도 재직기간이 무려 14년이나 된다. 감사가 장기 재직할 경우 회사나 지배주주와 이해관계가 성립될 우려가 있다. 조선정씨 역시 74세 고령이다.
한진칼 제6기 정기 주주총회의 회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