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높은 잠재력을 바탕으로 업계는 물론, 증권시장까지 주도하던 주요 바이오 기업들의 기업가치가 1년 새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잇따른 부정적 임상 결과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급락 이후 깜짝 반전에 성공하며 재반등하는 곳도 존재하는 등 혼조세를 보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신라젠과 헬릭스미스, 에이치엘비, 코오롱티슈진 등 연초 신약 개발 기대감에 코스닥 시총순위 선두권에 포진했던 기업들이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줄줄이 임상 관련 부정적 이슈에 곤두박질치며 연초와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는 중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은 개발 중이던 세계 최초의 유전자 골관절염 치료 기대감에 지난 1월2일 시가총액이 2조6782억원(코스닥 8위)을 기록했지만, 1분기 마지막 날인 3월31일 인보사 주성분인 2액 성분이 제출 자료에 기재된 세포와 다른 세포인 것이 알려지며 2분기 첫날 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 증발한 1조4736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이날 시총순위 역시 17위로 멀찌감치 밀려난 뒤, 5월28일부터는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거래 정지일 기준 코오롱티슈진의 시가총액은 4896억원에 불과하다.
신라젠과 헬릭스미스는 3분기에 나란히 주저앉았다. 신라젠은 개발 중이던 혁신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 '펙사벡'이 지난 8월초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로부터 임상 중단 권고를 받으며 제동이 걸렸고, 헬릭스미스는 9월말 임상 데이터 오염이라는 치명적 오류로 임상 3상 결과 도출에 실패했다. 연초 코스닥 기업 중 2위와 4위를 기록했던 두 기업의 시가총액은 이달 1일 41위와 12위로 밀려난 상태다. 시가총액 역시 신라젠은 5조1246억원에서 7347억원으로, 헬릭스미스는 4조4085억원에서 1조5457원으로 축소됐다.
에이치엘비는 부정적 임상 결과에 급락했다, 최종결과 발표로 반전을 이룬 경우다. 2분기 초까지 3조1427억원(코스닥 7위)을 유지하던 에이치엘비의 시가총액은 분기 말 글로벌 3상을 마친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의 탑라인 결과가 당초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며 폭락했다. 거듭된 하락으로 지난 7월30일 9377억원(코스닥 27위)까지 떨어졌던 에이치엘비의 기업가치는 지난달 말 유럽종양학회서 내놓은 최종 임상결과를 성공으로 결론내면서 폭등했다. 이달 1일 시가총액을 2조7072억원까지 회복하며 시총순위 4위를 되찾은 에이치엘비의 기업가치는 6일 기준 3조3742억원(코스닥 3위)까지 오르며 연초를 넘어서는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 기업의 경우 현재 매출이나 수익성에 관계없이 높은 잠재력에 기반해 기업가치가 매겨지는 만큼, 실패 시 하락폭 또한 클 수밖에 없다"라며 "국내 바이오업계에 거품론이 항상 따라붙는 이유도 이 같은 업종 특성에 기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